산업 기업

한진重 '수빅' 기업회생 신청...국내 기자재업체 연쇄 피해 우려

조선업 불황 직격탄에 적자늪

현지 부실 국내 전이 사전차단

필리핀·中 등 매각 타진 총력

0915A13 한진수빅조선소



한진중공업이 경영난 가중으로 필리핀 현지법인인 수빅조선소(HHIC-Phil)에 대한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현지 올롱가포 법원에 신청했다고 8일 밝혔다.

이번 기업회생절차 신청으로 필리핀 법원은 120일 안에 수빅조선소를 파산시킬지, 법원 관리로 회생절차를 진행할지에 대해 결정을 내리게 된다. 지난 2017년 말 기준 수빅조선소의 자산 총액은 1조8,406억원이며 이는 한진중공업 연결자산 총액의 43.75%다. 수빅조선소는 지분 99.9%를 한진중공업이 보유한데다 한진중공업 및 국내 금융권과 각종 보증과 채무로 엮여 기업회생에 들어갈 경우 국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일단 한진중공업이 필리핀 현지 법원에 수빅조선소에 대한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한 것은 현지의 부실이 국내로 전이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수빅조선소의 정상화가 어렵다고 판단해 국내 영도조선소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겠다는 의미다. 한진중공업은 산업은행과 경영 정상화 이행약정을 맺고 구조조정 작업을 펼치고 있다. 별도 기준으로는 2015년 1,500억원에 달하던 영업손실이 2016년부터 흑자로 돌아서 같은 해 493억원, 2017년 86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지난해에도 3·4분기까지 73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3년 연속 흑자가 확실시된다. 하지만 수빅조선소 등 계열사를 합한 연결기준은 얘기가 다르다. 2015년 2,234억원, 2016년 793억원, 2017년 1,167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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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중공업은 2006년 필리핀에 수빅조선소를 세웠다. 도크가 작아 대형 선박을 건조하지 못하는 영도조선소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다. 이 같은 전략에 따라 영도조선소에서는 규모가 작은 특수선을, 수빅조선소에서는 중대형 상선을 건조해왔다. 하지만 계산과 달리 수빅조선소는 조선업 불황의 직격탄을 맞았다. 생산실적이 2016년 116만1,618GT(총톤수)에서 지난해 3·4분기에는 41만8,444GT로 급감했고 같은 기간 가동률도 77.4%에서 27.9%로 급전직하했다.

한진중공업은 필리핀 현지 법인의 판단을 기다리며 수빅조선소 매각을 계속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문제는 수빅조선소가 국내 사업과 각종 보증과 채무·담보관계로 얽혀 있다는 점이다. 산업은행은 5,000억원대 선수금환급보증(RG)를 내준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중공업의 최대주주인 한진중공업홀딩스는 RG 발급을 원활히 진행하기 위해 서울 삼성동 정석빌딩을 기초로 954억원대 담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8일 공시했다. 한진중공업은 수빅조선소가 건조하기로 한 선박 대금 약 3,000만달러와 관련해 선주 측에 계약이행보증을 지고 있기도 하다. 산업은행은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간다고 돈을 떼이는 것은 아니다”라며 “한진중공업 측과 긴밀히 협력해 리스크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한진중공업 측은 “이제 막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한 상황에서 보증 등의 내용에 대해 언급하기는 이르다”며 “수빅조선소 매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조선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수빅조선소 매각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의미다. 한진중공업은 필리핀뿐 아니라 중국 등 여러 국가의 기업과 자본에 매각 의사를 타진할 계획이다. hspark@sedaily.com

박한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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