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금융논리에만 휘둘리는 산업 구조조정 문제있다

현대상선이 보유한 현대LNG해운 지분을 대주주인 사모펀드에 모두 넘겨야 할 처지에 몰렸다고 한다. 현대상선은 2014년 액화천연가스(LNG) 운송사업 부문을 IMM인베스트먼트에 매각하면서 맺은 별도의 계약조건을 이행하지 못해 나머지 지분 20%마저 무상으로 양도해야 할 상황이다.


현대상선의 지분 정리는 2014년 구조조정 과정에서 맺은 지분협상의 독소조항에서 비롯됐다. 당시 현대상선은 모잠비크 LNG가스전 운송 계약을 따내지 못하면 잔여지분 20%를 단계적으로 무상 양도하기로 했는데 그동안 가스전 개발사업에서 성과를 내지 못해 이미 14%의 지분 양도가 확정됐고 나머지 6%도 올해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비록 계약조건이지만 회사로서는 1,000억원 가치의 현대LNG해운 지분을 고스란히 날릴 위기에 몰린 것이다. 더욱이 최근 LNG 시황이 호전돼 물동량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알짜사업을 포기한다면 기업 회생에도 불리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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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조건을 둘러싼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현대상선이 무리한 구조조정 압박에 몰려 불리한 계약을 쫓기듯이 체결해야 했다는 지적은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이 구조조정의 명분과 속도전에 사로잡혀 LNG사업부는 물론 항만터미널과 벌크전용선사업부 등 알짜사업을 매각하도록 강제하는 우를 범했다는 지적이다. 채권은행이 기업 경쟁력이나 미래 비전을 도외시한 채 유동성 확보에만 열을 올리는 금융논리에 휘둘린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헐값에 매각했던 부산항 신항 4부두 운영권을 지난해 말 두 배나 비싼 가격에 되사온 것은 단적인 사례다. 한진해운 구조조정에서도 산업 전체의 큰 그림보다 금융논리에만 의존하며 경쟁력을 떨어뜨려 해운사 회생의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비판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구조조정은 산업 특성이나 국가 경제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한 종합적인 판단이 요구된다. 단순한 자금 흐름만이 아니라 기술력이나 성장잠재력 등 산업경쟁력에 초점을 맞춰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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