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공공일자리 17만개 늘리고도 ⅓ 토막..."올 목표 15만개도 위태"

혈세 26조 쏟아부었지만 실업률 3.8% 2001년 이후 최고

고용률도 9년 만에 꺾여 '인구증가 둔화 탓' 논리 무너져

민간 고용 얼어붙는데...올해도 공공채용 늘려 '지표 방어'

9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19년 공공기관 채용정보 박람회를 찾은 학생과 구직자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연합뉴스9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19년 공공기관 채용정보 박람회를 찾은 학생과 구직자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연합뉴스




1015A08 최근 5년 취업자 증가 폭


9일 통계청이 내놓은 ‘2018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은 나라 전체를 대상으로 한 유례 없는 소득주도 성장 실험이 고용시장에 어떤 결과를 불러왔는지 명확하게 보여준다. 정부가 지난해 본예산 19조원, 추경·일자리 안정자금 7조원 등 총 26조원을 쏟아부었지만 고용참사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일자리 창출 중심에 있어야 할 민간의 고용 의지를 꺾어버린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지난해 전체 경제활동인구 2,789만5,000명 가운데 취업자 수는 2,682만2,000명이다. 한 해 전 2,672만5,000명보다 9만7,000명 늘었다. 금융위기 때인 지난 2009년 8만7,000명이 줄어든 이후 9년 만에 받아 든 최악의 성적표다. 지난 2015~2017년 3년 평균 취업자 증가가 27만6,000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3분의1 토막에 불과하다. 통계청은 인구증가세 둔화에 따른 취업자 수 감소 효과를 4만명 정도라고 봤는데, 이 효과를 배제하더라도 2017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3만7,000명에 그친다.

1016A08 고용률 추이


전체 경제활동인구 중 취업자 대열에 들지 못한 실업자는 107만3,000명이다. 통계청이 현재 기준을 적용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가장 많은 숫자다. 실업률은 1년 전보다 0.1%포인트 오른 3.8%로 집계됐고 고용률은 0.1%포인트 꺾인 60.7%로 파악됐다. 실업률 3.8%는 지난 2001년 4.0%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고, 전체 고용률이 꺾인 건 2009년 이후 처음이다. 빈현준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인구증가세 둔화 요인을 고려해도 고용상황이 2009년 이후 가장 안 좋다고 볼 수 있냐’는 질문에 “고용률이 하락했기 때문에 그렇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정부가 고용지표 악화 배경으로 ‘경제활동인구 증가 둔화’를 지목해 왔지만, 이런 논리가 고용률 하락으로 사실상 무너진 것이다.

1015A08 지난해 연령대별 취업자 증감


일자리 충격 여파는 한국 경제 주축인 30~40대가 온 몸으로 맞았다. 지난해 40대에서만 취업자가 11만7,000명 줄었고 30대에서도 6만1,000명이 감소했다. 40대 취업자 감소 폭은 26만6,000명이 줄어든 1991년 이후 27년 만에 최대다. 30대 감소 폭도 지난 2015년 7만6,000명이 줄어든 이후 3년 만에 최대다. 반면 65세 이상에서는 14만5,000명이 늘었다.


업종별로는 제조·서비스업 일자리는 줄어드는데 나랏돈이 투입된 공공 부문만 늘어나는 비정상적 구조가 뚜렷해졌다. 최저임금 인상에 민감한 도소매(-7만2,000명), 숙박·음식점(-4만5,000명), 사업시설관리(-6만3,000명) 등 3대 업종에서만 18만개 일자리가 날아갔다. 비교적 양질의 일자리인 제조업에서는 주력 업종 구조조정 여파로 지난 한 해 5만6,000개 일자리가 줄었다. 2016년부터 제조업 취업자 수는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그 폭(-2만1,000명→-1만8,000명→-5만6,000명)이 급격하게 커지고 있다. 반면 정부 지원금 등이 들어가는 공공행정(5만2,000명), 보건·사회복지(12만5,000명)는 취업자 수가 크게 늘었다. 특히 보건·사회복지업은 지난 2017년 증가 폭이 6만1,000명이었지만 1년 새 2배 확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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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전망도 밝지 않다. 정부가 올해 일자리 증가 목표를 15만명으로 잡았지만 최저임금 추가 인상과 주휴수당 포함, 주력 업종 구조조정 등 고용시장 전망이 어둡다. 올해부터는 임시·일용직 근로자가 많은 건설업종에서도 실업자가 쏟아져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처럼 민간 고용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지만 정부는 공공부문 채용으로 지표 악화를 방어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정부는 올해 공공기관에서 2만3,284명을 새로 뽑기로 했다. 사상 최대 규모였던 지난해 연초 계획(2만2,873명)보다도 400명 가량 많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공공기관은 어려운 여건에도 일자리 창출의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고 했지만 이를 두고 “정부가 민간 일자리 확충을 위한 노력보다 공무원 증원, 공공기관 채용 확대 같은 ‘손쉬운 방법’을 택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세종=한재영기자·빈난새 기자jyhan@sedaily.com

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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