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김정은 4차 방중] 첨단과학 단지(작년 1차 방중때 시찰) 이어 제약사 찾아...경제개혁 빅픽처 그리는 金

■金 이틀째 행보 마치고 北으로

베이징 경제기술개발구 생약 제조사 '퉁런탕' 방문은

격차 큰 신경제 분야 대신 전통의료 현대화·육성 의지

"金, 美제재 안풀리면 中과 새로운 길 찾을 것" 분석도

日언론 "김정은, 이달 초 트럼프 친서 받은 후 방중"

4차 중국 방문을 마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태운 북한 특별열차가 9일 오후 경찰들의 삼엄한 경비 속에 베이징역을 떠나고 있다. /베이징=AFP연합뉴스4차 중국 방문을 마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태운 북한 특별열차가 9일 오후 경찰들의 삼엄한 경비 속에 베이징역을 떠나고 있다. /베이징=AFP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이징 방문 이틀째인 9일 베이징 시내 남동부에 위치한 베이징경제기술개발구 시찰에 나섰다. 새해 벽두 방중 행보로 오는 10월6일 수교 70주년을 맞는 북중 관계를 한층 더 돈독히 하고 비핵화 협상과 대외 외교전에서 확실한 우군을 챙기는 한편 경제 분야에서 비핵화 이후 경제개혁의 큰 그림 구상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9시께 수행원들을 동반하고 베이징 이좡경제기술개발구 내 생약 제조업체인 퉁런탕(同仁堂·동인당) 공장을 전격 방문했다. 김 위원장 차량 행렬에는 6대가량의 버스와 구급차가 동행했고 수십 대의 사이드카가 호위했다. 김 위원장과 수행단이 찾은 이좡경제기술개발구 퉁런탕 공장에는 김 위원장 방문 전 대형 플래카드가 내걸렸고 경찰이 수백 명 배치돼 삼엄한 경호가 펼쳐졌다.


김 위원장은 퉁런탕에서 공장 시설물과 생약 제품들을 둘러본 후 자금성 옆 베이징호텔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참석한 가운데 오찬 연회를 가졌다. 오찬 장소인 베이징호텔은 1900년 문을 연 베이징 최초 근대식 호텔로 중국을 방문하는 외국의 귀빈과 고위관리들이 주로 묵는 숙소다. 마오쩌둥·덩샤오핑 등 역대 중국 지도자들이 해외 정상들과 식사를 즐긴 곳이기도 하다. 이후 그는 오후2시8분(현지시각) 베이징역에서 중국 측 고위인사들의 환송을 받으며 전용열차 편으로 귀국길에 올랐다. 다른 도시를 들르지 않을 경우 김 위원장은 10일 새벽 단둥을 거쳐 북한에 도착하게 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세 차례의 중국 방문 때마다 첨단 과학기술과 비즈니스 단지에 주목하며 시찰 일정에 관련 시설을 포함시켰다. 지난해 3월 첫 베이징 방문 때는 중국 베이징 신경제 창업단지인 중관춘을 들러 중국과학원과 문헌정보과학센터를 찾았다. 중국판 실리콘밸리인 중관춘에서 김 위원장은 리설주 여사와 과학탐사 전시장에서 가상현실(VR) 헤드셋을 쓰고 신기술 장비를 직접 체험하기도 했다. 이어 5월 다롄 방문에서는 수행원들이 다롄 신개발 지구인 둥강상업구와 전자업체 화루그룹을 둘러봤으며 6월 3차 방중 때는 북한 경제사령탑인 박봉주 내각총리 동행으로 베이징 중국농업과학원 내에 위치한 국가농업과기창신원과 베이징시 궤도교통지휘센터 등을 시찰했다.



이번 베이징 방문 일정에 생약 제조업체 퉁런탕이 포함된 것은 김 위원장이 북한의 경제 현실을 바탕으로 한 실용적인 개방 정책과 경제개발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퉁런탕은 중국 전통의 생약과 중의를 바탕으로 한 제약업체로 북한이 현재로서는 다소 기술 격차가 있는 신경제 산업 분야보다는 나름의 전통적 경쟁력이 뒷받침되는 전통의료 등을 현대화해 산업화하는 방안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뜻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김 위원장의 이번 시찰 행보가 지난 1일 신년사에서 ‘자력갱생’을 언급하며 인민이 사회주의 우월성을 느낄 수 있도록 제약 공장과 의료기기 공장을 현대화하고, 의료 시설과 서비스의 질을 향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대목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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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북한이 서구 자본을 바탕 삼아 빠른 속도의 베트남식 개혁개방을 추진하기보다는 중국 개혁개방 정책처럼 정부 주도의 장기적이면서 단계적인 개혁을 통해 김정은의 지도력을 강화할 수 있는 경제개발 행보에 방점을 둘 것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분명한 것은 김 위원장이 이번 4차 방중으로 북중 혈맹관계를 공고히 하는 한편 향후 북미 핵 담판과 대북제재 완화 줄다리기에서 시 주석의 확실한 대북제제 해제 협조 약속을 얻어냈을 것이라는 점이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조만간 열릴 북미 2차 정상회담 성과에 따라 비핵화 진전 여부가 결정되겠지만 북한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북제재 완화가 미온적이라고 판단하면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언급한 새로운 길을 찾아 중국에 한층 더 눈을 돌리려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일본 아사히신문은 김 위원장이 이달 초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와 관련된 친서를 받았으며 이를 통해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확신하고 중국 측과 협의하기 위해 방중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홍병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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