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변질된 카풀에 60대 택시기사 내몰려" 분신 택시기사 유언 공개

음성 메시지·자필 유서 공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앞에 설치된 카풀 반대 천막농성장 앞에서 카풀 관련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카풀 도입 반대 문구를 택시에 부착하고 있다./연합뉴스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앞에 설치된 카풀 반대 천막농성장 앞에서 카풀 관련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카풀 도입 반대 문구를 택시에 부착하고 있다./연합뉴스



“1994년 카풀 입법 당시 도입 취지는 고유가 시대에 유류 사용을 줄이기 위한 자동차 함께 타기 운동의 일환. 카풀이 변질돼 공유경제니 4차 산업혁명이라며 내몰린 택시 업계.”

서울 광화문광장 인근 도로변에서 ‘카카오 카풀’ 서비스에 반대하며 분신해 숨진 택시기사 임모(64) 씨의 마지막 메시지가 공개됐다.


카카오 카풀 관련 비상대책위원회는 10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 택시 천막농성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임 씨가 동료들에게 남긴 음성 메시지와 유서로 추정되는 사진을 공개했다.

녹음 파일에서 임 씨는 “60대 주축으로 이뤄진 택시기사들은 어디로 가란 말이냐”며 “상생하자는 카카오가 콜비도 받아 챙기고 대리기사들 건당 요금의 20%까지 챙겨가면서 간신히 밥 벌어먹고 사는 택시기사들 마저 죽이려고 하는 것을 문재인 정부는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가) 국민과 대화 소통은 소홀히 하고 북한에만 정신을 쏟고 있다”며 “국민들은 다 죽어도 괜찮다는 말인가”라고 언급했다고 비대위 측은 전했다.


임 씨는 생전 유언이 담긴 녹음기를 가방에 넣어 국회 앞 농성장에 전달하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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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음성 메시지와 함께 자필 유서도 공개했다. 유서는 택시 안에서 발견된 다이어리로 추정된다. 자필 유서에는 “택시 업계가 상생하자며 시작된 카카오엠 택시가 단시간 내 독점해 영세 택시 호출 시장을 도산시켰다”는 내용도 적혀 있다. 최근 청와대의 KT&G 사장 인선 개입 등을 주장한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과 청와대 특별감찰반 민간인 사찰 의혹을 제기한 김태우 전 수사관의 이름도 적혀 있다. 비대위 측은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상황에서 해당 사람들에게 상을 줘야 한다는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지난 9일 서울 광화문광장 인근 도로변에서 ‘카카오 카풀’ 서비스에 반대하며 분신해 숨진 택시기사 임모(64) 씨의 유서./사진제공=택시비상대책위원회지난 9일 서울 광화문광장 인근 도로변에서 ‘카카오 카풀’ 서비스에 반대하며 분신해 숨진 택시기사 임모(64) 씨의 유서./사진제공=택시비상대책위원회


비대위는 이날 성명을 통해 “정부와 여야 정당은 물론 청와대까지 수수방관해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고 대기업 카카오의 횡포에 휘둘려 택시종사자의 생명줄을 조이고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9일 오후 6시께 광화문 인근 도로변에서 임씨가 운전하는 택시에 화재가 발생했다. 이 불로 임 씨가 전신에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경찰에 따르면 차에서 녹아 납작해진 기름통과 뚜껑, 다이어리 등이 발견됐다. 경찰은 임씨가 분신을 시도한 것으로 추정하고 현재 유가족을 조사하고 있다.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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