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밥 못 먹고 다 흘려요" 초등 1학년에 '어른 수저' 쥐어주는 학교

5000개 초등학교서 성인용 숟가락·젓가락 사용

젓가락 못써 아예 숟가락으로만 식사하기도

교사노조 "아동 인권 침해 소지 따져봐야"

서울 A초등학교에 다니는 1학년 김모 군은 집에서와 달리 학교 급식시간에는 좀처럼 밥을 먹지 못한다. 식사 시간도 오래 걸리고 그나마 식사량의 상당수를 흘리곤 한다. 집에서는 조그마한 아동용 숟가락을 사용하는데, 학교에서는 어른들이 사용하는 성인용 숟가락을 주기 때문이다. 젓가락은 길고 무거운 성인용이어서 사용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10일 서울교사노조에 따르면 전국 5,000여개에 이르는 대부분 초등학교에서 20~22cm의 성인용 숟가락과 21~22cm의 성인용 젓가락을 사용하고 있다. 교직원과 1~6학년 학생들이 모두 동일한 수저를 사용한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아동용 숟가락이 15~17cm, 젓가락이 16~18cm인 점과 비교하면 5cm 이상 차이가 나는 셈이다.


때문에 신체가 작은 초등학교 1~2학년 학생들은 급식시간에 식사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부분은 젓가락을 아예 사용하지 않고 숟가락만으로 밥을 먹거나, 젓가락을 사용하더라도 중간 부분을 잡고 ‘X자’ 형태의 잘못된 젓가락질을 하게 된다는 지적이다. 그나마 숟가락도 어른에 신체조건에 맞는 형태이다 보니 학생들이 식사 때마다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초등학교 책·걸상과 화장실 등이 저학년 학생들의 신체를 고려해 변화하고 있는 점과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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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뿐 아니라 일부 초등학교 병설유치원도 유치원생에게 어른용 숟가락·젓가락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의 한 초등학교 병설유치원 교사는 “급식 때 어른용 젓가락이 나오다보니 학부모에게 집에서 포크 등을 갖고 오도록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교사노조는 “학생들이 자신의 신체조건에 맞는 수저를 제공받지 못하고 불편한 식사를 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이런 상황이 아동 인권 침해의 소지는 없는지 따져봐야 한다”며 “서울시교육청과 교육부는 아이들을 위해 초등학생에게 아동용 수저를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진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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