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미중 무역협상 기초 다졌다지만...장기화 우려 커져

보조금 지급·기술이전 강요 금지에 中 반발 여전

美, EU·日과 연합 中 포위 속 고위급 회담에 공넘겨

미국과 중국이 당초 일정을 하루 연장하며 무역협상을 벌였지만 정작 핵심 이슈에서는 별다른 진전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무역전쟁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는 분위기다. 중국이 비교적 쉬운 사안에서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며 성의를 보였지만 보조금 지급 축소나 기술이전 강요 금지, 해외 기업의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 등 주요 사안에서는 양국 간 이견이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핵심쟁점의 공은 장관급 고위회담으로 넘어갔지만 당장 미국이 유럽연합(EU)·일본과 연합해 중국의 무역관행 구조개선 압박을 강화할 계획이어서 회담이 순항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지난 9일까지 중국 베이징에서 진행된 미중 차관급 무역협상에서 양국은 무역·투자 이슈를 광범위하게 논의했으며 일부 진전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중국 상무부는 10일 성명에서 “쌍방이 공통으로 관심을 둔 무역과 구조적 문제에 관해 광범위하고 깊은 의견을 나눴다”며 “상호이해를 증진하고 서로 관심을 둔 문제 해결을 위한 기초를 쌓았다”고 밝혔다. 다만 미 무역대표부(USTR)는 9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양국 간 무역격차를 줄이기 위해 중국이 농산물·에너지 등 미국산 제품 구매를 늘리는 문제에 논의를 집중했다면서 중국의 구조적 변화를 달성하는 것이 이번 협상의 목적임을 명시해 미묘한 입장차를 드러냈다.


미 언론들에 따르면 이번 회의에서 양국은 중국이 미국 농산물과 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구매를 확대하는 한편 미국 자본에 대한 중국 시장 개방을 확대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성의 표시로 협상 기간에 미국 측 유전자조작(GMO) 대두나 옥수수 등의 수입 허가를 발표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이 같은 일부 성과에도 애초부터 미국이 강하게 요구하는 기술이전 강요 금지나 보조금 지급 축소 문제에서는 진전이 없어 사흘간의 협상이 확실한 돌파구를 만들지는 못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적했다. 중국의 시장개방 및 미국산 제품 구매 확대 등도 사실상 앞서 상당 부분 확정된 내용을 재확인하는 데 그치는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협상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자 미국은 EU·일본과 연합전선을 구축해 보조금 지급 및 기술이전 강요 등 비(非)시장적 무역정책들을 세계무역기구(WTO) 차원에서 규제하는 방안을 오는 4~5월까지 명문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WSJ는 미국·EU·일본 통상장관들이 9일 워싱턴DC에서 회동했다면서 이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차관급 협상이 추가 고위급회담의 길은 닦았다는 평가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스위스 다보스포럼(22~25일)에 참석하는 이달 말보다 고위급 추가 회담으로 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보스에는 중국 측에서 시진핑 주석의 최측근인 왕치산 부주석이 참석하는데 이후 미중 무역협상을 각각 총괄하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와 류허 중국 부총리가 후속 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손철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