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까지 중국 베이징에서 진행된 미중 차관급 무역협상에서 양국은 무역·투자 이슈를 광범위하게 논의했으며 일부 진전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중국 상무부는 10일 성명에서 “쌍방이 공통으로 관심을 둔 무역과 구조적 문제에 관해 광범위하고 깊은 의견을 나눴다”며 “상호이해를 증진하고 서로 관심을 둔 문제 해결을 위한 기초를 쌓았다”고 밝혔다. 다만 미 무역대표부(USTR)는 9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양국 간 무역격차를 줄이기 위해 중국이 농산물·에너지 등 미국산 제품 구매를 늘리는 문제에 논의를 집중했다면서 중국의 구조적 변화를 달성하는 것이 이번 협상의 목적임을 명시해 미묘한 입장차를 드러냈다.
미 언론들에 따르면 이번 회의에서 양국은 중국이 미국 농산물과 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구매를 확대하는 한편 미국 자본에 대한 중국 시장 개방을 확대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성의 표시로 협상 기간에 미국 측 유전자조작(GMO) 대두나 옥수수 등의 수입 허가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 같은 일부 성과에도 애초부터 미국이 강하게 요구하는 기술이전 강요 금지나 보조금 지급 축소 문제에서는 진전이 없어 사흘간의 협상이 확실한 돌파구를 만들지는 못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적했다. 중국의 시장개방 및 미국산 제품 구매 확대 등도 사실상 앞서 상당 부분 확정된 내용을 재확인하는 데 그치는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협상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자 미국은 EU·일본과 연합전선을 구축해 보조금 지급 및 기술이전 강요 등 비(非)시장적 무역정책들을 세계무역기구(WTO) 차원에서 규제하는 방안을 오는 4~5월까지 명문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WSJ는 미국·EU·일본 통상장관들이 9일 워싱턴DC에서 회동했다면서 이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차관급 협상이 추가 고위급회담의 길은 닦았다는 평가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스위스 다보스포럼(22~25일)에 참석하는 이달 말보다 고위급 추가 회담으로 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보스에는 중국 측에서 시진핑 주석의 최측근인 왕치산 부주석이 참석하는데 이후 미중 무역협상을 각각 총괄하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와 류허 중국 부총리가 후속 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