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재테크

"불황에 믿을 건 인재"...블라인드·직무 면접 강화하는 증권가

실무담당자 면접·현장 평가 등

우수인력 뽑기위해 전형 다양화

AI프로그램·외주업체에 맡기고

채용연계 대학 교육과정 운영도

국내 증시 침체에 따른 거래 위축으로 실적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증권업계가 우수 인재 확보·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금융업은 인적 자원의 역량이 회사 실적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우수 인재를 통해 불황을 헤쳐나가려는 전략이다.

주요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의 올해 신년사에도 이러한 고민이 담겨 있다. 최현만 미래에셋대우(006800) 수석부회장은 “임직원 개개인의 역량 강화에도 중점을 둬 달라”며 “최고의 인재들에게 최고의 대우를 해주는 회사가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최석종 KTB투자증권(030210) 사장은 “우수한 인력이 일하고 싶어하는 증권사로 만들어야 한다”면서 “우수한 인적 자원이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각사마다 인재상에 부합하면서 직무에 필요한 역량을 갖춘 인재를 선별하기 위해 블라인드 면접, 현장 면접 등 다양한 채용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특히 최근 사회적으로 채용의 공정성, 신뢰성이 중시되는 추세에 따라 직무 역량과 관계없는 개인 정보를 면접관이 알 수 없도록 하는 블라인드 면접이 확대되는 추세다. 삼성증권(016360)은 지원자의 성별 정보를 입사 지원서에 기재하지 않도록 했던 것에 이어 지난해부터 출신 대학 정보를 면접관에게 제공하지 않고 있다. KB증권은 면접뿐만 아니라 서류 전형 과정도 역량과 무관한 개인 정보를 면접관에게 제공하지 않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한국투자증권도 지난해부터 지점영업직군 지원자에 대한 사전 블라인드 면접을 도입했다. 지원서류 제출 없이 바로 면접을 치르는 방식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블라인드 면접 외에도 채용 전문 외주업체, 인공지능(AI) 프로그램 활용 등 다양한 채용 방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직무 역량을 판단하기 위한 절차도 다양해지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지원 직무와 관련된 기업분석자료, 신문기사 등을 지원자에게 전달하고 지원자가 주요 내용 요약 및 의견을 말하는 방식의 면접을 진행한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면접관의 질문에 지원자가 답하는 일반적인 방식의 면접에서 확인하기 어려운 지원자의 직무에 대한 준비, 역량을 확인하기 위해 도입된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한화투자증권(003530)은 지난해부터 지원자가 지원 부서에서 5일간 함께 근무하는 방식의 현장 면접을 도입했다. 신한금융투자는 디지털 부문에서 우수 인재 확보를 위해 공모전 형식의 채용을 실시했고 블라인드 방식과 함께 실무를 담당하는 대리·과장급 직원이 면접관으로 참여하는 실무 면접을 실시하고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078020)은 인턴 등 증권업 관련 경험이 있거나 모의투자대회 수상 경력자를 서류 전형에서 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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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 환경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변화에 따라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증권업계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최근 해외 사업 확대, 정보통신(IT) 발달 추세에 맞춰 외국어 구사, 데이터 분석, 코딩 등과 관련한 역량이 채용 과정에서 중시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KTB투자증권은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해 인재상과 함께 그동안 서류 전형-실무진 면접-임원 면접 순으로 진행됐던 채용 절차를 올 상반기 중 전면적으로 개편할 계획이다.

잠재력 있는 우수 인재를 보다 일찍 확보하기 위해 대학생 채용 연계형 교육 프로그램을 내놓은 곳도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금융인 역량 강화를 위한 전문 강사의 강의 위주로 구성된 ‘한국투자증권 미래인재 아카데미(KISFA)’ 과정을 신설했다. 오는 2~6월 월 1회 이상 집합교육 및 외부활동으로 진행되는 이 과정은 증권사 본사·지점 전반에 걸친 다양한 직무 경험이 가능하도록 운영되는 것이 특징이다. 수료자 전원에게는 올해 하반기 서류 전형 통과 혜택이, 과정 우수자에게는 채용 연계형 인턴 최종 면접 직행 혜택이 각각 주어진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증권업계를 이끌어 나갈 미래 인재 발굴·양성을 위해 신설한 과정이며 올해에 이어 매년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박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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