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경찰팀24/7] '마루마루' 잡자 '망가XX' 활개…불법복제 웹툰 끝없는 숨바꼭질

■ 근절 안되는 불법공유사이트

선진국에 비해 처벌수위 약하고

원작자 피해보상도 장기간 걸려

불법 유통 따른 범죄인식도 없어

1곳 단속하면 2곳 새로 생겨나

어렵게 재기한 만화시장 '휘청'

경찰 등 단속반 상시운영 필요

1215A08 경찰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 특별사법경찰이 최근 국내 최대 불법복제 만화공유 사이트 ‘마루마루’의 운영자를 적발하고 해당 사이트를 폐쇄했다. 앞서 지난해 5월 부산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웹툰 불법공유 사이트인 ‘밤토끼’ 운영자를 검거했다. 부산청 사이버안전과는 같은해 10월 국내 최대 규모의 영상저작물 불법공유 사이트인 ‘토렌트킴’ 운영자를 붙잡고 사이트를 강제폐쇄했다. 경찰 등 정부 차원의 합동단속을 통해 분야별로 규모가 가장 큰 불법 사이트 운영자가 모두 검거되면서 콘텐츠 불법유출로 인한 피해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유사 사이트가 금세 독버섯처럼 피어난다. 사이버 공간에서 경찰과 불법 사이트 운영자 간의 쫓고 쫓기는 숨바꼭질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최대 규모 공유 사이트 줄줄이 적발…이번엔 끝장 볼까=영업한 지 5년 만에 문을 닫게 된 마루마루는 저작권법의 허점을 파고들었다. 저작물을 그대로 올리지 않고 저작물로 연결되는 인터넷 ‘링크’만 남기면 복제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례를 악용했다. 특사경에 따르면 마루마루는 외부 사이트에 걸어놓은 링크를 통해 불법복제물 약 4만2,000건을 저장해놓은 웹서버로 연결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단속을 피하기 위해 미국 도메인을 쓰고 주소를 망가마루·와사비시럽·윤코믹스 등 수시로 바꾸는 치밀함도 보였다. 특사경 관계자는 “마루마루의 경우 사이트 운영구조가 복잡해 수사기간이 길어졌다”면서 “앞으로도 웹툰 등 합법 콘텐츠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해외 기관과 수사 공조를 통해 불법 사이트 운영자를 신속히 검거하겠다”고 말했다.


마루마루 운영자 A씨가 4만여건의 불법만화로 벌어들인 광고수익은 12억원이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트래픽(접속량) 규모로 따지면 전 세계 사이트 1,200위권이다. 불법 콘텐츠를 소비한 사람들이 그 정도로 많다는 의미다. 지난해 정부 합동단속을 통해 ‘밤토끼’를 비롯, 만화·웹툰 공유 사이트 25개가 폐쇄되고 13개 사이트 운영자가 검거됐지만 불법 콘텐츠에 대한 수요는 끊이지 않고 있다. 문체부 관계자는 “불법복제물을 유통하는 해외 사이트를 근절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용하지 않는 것”이라며 합법 사이트를 이용해줄 것을 당부했다.

◇주요 사이트 단속에 ‘풍선효과’…이미 대체 사이트 활동=밤토끼와 토렌트킴에 이어 마루마루까지 폐쇄됐지만 불법복제물 유통이 근절될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은 적다. 다른 유사 사이트가 계속해서 난립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업계에 따르면 ‘마나XX’ ‘망가XX’ 등의 이름으로 만화 콘텐츠를 불법유통하는 사이트들이 현재 운영되고 있다. 마루마루 이전에 국내 최대 규모의 웹툰 불법공유 사이트는 밤토끼였다. 밤토끼가 단속으로 폐쇄되자 마루마루로 회원들이 몰려갔고 지금도 이 같은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불법 콘텐츠 유통과 관련한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불법 사이트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운영진뿐 아니라 이용자 중 상당수는 불법으로 콘텐츠를 유통하는 것을 심각한 문제로 생각하지 않는다. 지난해 정부 합동단속 결과 13개의 불법 사이트 운영자 가운데 고교생과 대학생 등이 다수 포함됐고 심지어 가족이 사이트 운영을 도운 것으로 나타났다. 폐쇄된 밤토끼·마루마루 등을 다시 부활시켜달라는 국민청원도 버젓이 청와대 게시판에 올라온다. 불법 저작물에 따른 처벌 수위도 낮은 편이다. 현행법상 저작권 위반 사범에게 5년 이하 징역 5,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한다. 미국이 50만달러(약 5억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것에 비해 턱없이 적다. 불법유통으로 인한 원작자의 피해는 큰 데 비해 피해를 보상받기까지 시간도 오래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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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업계는 마루마루·밤토끼 등의 폐쇄로 불법 콘텐츠를 유통하고 이용하는 관행에 다소 변화는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밤토끼 운영자의 경우 1심에서 2년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고 피해자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수십억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았다. 문체부 특사경 관계자는 “범죄라는 인식 없이 소액의 대가를 받고 저작물을 게시하거나 사이트 운영을 도왔다가 범죄자로 전락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웹툰 통해 부활한 만화 시장에 찬물…지속적인 단속 필요=출판만화 업계에서는 잇단 불법공유 사이트 때문에 애써 살린 만화 부활의 불꽃이 꺼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깊다. 이들 사이트는 출판만화 업계가 재기의 발판으로 삼은 지식재산권을 침해하기 때문이다.

국내 3대 만화 출판사로 불리는 서울미디어코믹스와 학산문화사·대원씨아이는 출판만화의 인기 하락으로 2010년대 초반까지 줄곧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만화 출판사들은 다음·네이버에 웹툰을 연재하는 등 지재권을 기반으로 활로를 개척했다. 독자 접근성이 높은 플랫폼에 이들 만화가 실리자 독자들은 뜨거운 관심으로 호응했다. 이후 만화를 기반으로 하는 게임·애니메이션·영화·캐릭터 상품이 제작되며 만화 출판사들은 실적이 개선됐다. 덩달아 몸값도 뛰었다. 2012년 25억원가량에 매각됐던 대원씨아이는 현재 기업가치가 750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대형 불법공유 사이트가 폐쇄돼도 대체 사이트가 연이어 등장하는 현실에 업계는 속만 끓이고 있다. 2017년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진행한 만화·웹툰 불법유통 실태조사에 따르면 불법으로 인한 웹툰 시장의 피해 규모는 약 1조원에 이른다. 실제 최근 적발된 주요 사이트들의 연간 페이지뷰가 총 51억건에 달해 합법적인 업체들보다 오히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만화저작권보호협의회 관계자는 “저작권 침해 신고를 받아 수사기관에 넘겨도 최소 1년이 지나야 겨우 해당 불법 사이트가 폐쇄되는 실정”이라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한국만화출판협회 관계자 역시 “합당한 대가를 치르고 콘텐츠를 이용하자는 분위기가 생겨나면서 수익이 늘어나는데 잇단 불법 사이트 등장으로 다시 업계가 침체를 겪을까 우려된다”면서 “갈수록 저작권이 중요해지는 만큼 정부와 수사기관은 불법 사이트 단속반을 상시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영·서종갑·오지현기자 jikim@sedaily.com

최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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