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건강 에세이] 갱년기 여성도 폐암 검진을

이계영 건국대병원 정밀의학폐암센터 소장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전 대한폐암학회 이사장




오는 7월부터 폐암에 대한 국가암검진 사업이 시작된다. 폐암이 사망률 1위의 암인데도 불구하고 그동안 5대 국가암검진 사업(위·간·대장·유방·자궁경부암)에 빠져 있던 것은 효과가 입증된 적절한 조기 폐암 검진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미국과 유럽의 대규모 임상연구를 통해 저선량 컴퓨터단층촬영(CT)을 이용하면 폐암에 따른 사망률을 각각 20%, 26% 낮출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저선량 CT를 조기 폐암 검진의 도구로 활용할 수 있는 학술적 근거가 확립된 것이다.


하지만 모든 성인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것은 아니다. 폐암 발생의 절대 위험군인 담배를 30갑년(30년 동안 하루 한 갑, 15년 동안 하루 두 갑을 피운 경우) 이상 피운 만 54~74세의 장기 흡연자에게만 우선 그 혜택을 주는 것으로 결정됐다. 이들은 11만원 하는 건강보험 저선량 CT 검사비용 중 1만원만 본인부담하고 2년마다 폐암에 대한 국가암검진을 받을 수 있게 된다.

폐암은 5년 생존율이 26.7%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환자가 3~4기 진행성 병기에 진단되고 조기 발견율이 20.7%(위암 61.6%)에 그치는 게 주요 원인이다. 수술이 가능한 조기 단계에 발견되면 5년 생존율은 64%까지 높아진다. 국가암검진 사업을 통해 조기 폐암 진단율이 올라간다면 궁극적으로 폐암 사망률이 서서히 감소할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저선량 CT를 이용한 조기 폐암 검진은 아직은 여러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 불완전한 검사다.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저선량 CT로 폐암을 확진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폐암이 의심되는 폐결절이라는 병변을 초기에 발견할 수 있지만 발견된 폐결절이 폐암인지, 아닌지 확진하려면 더 어려운 단계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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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결절이 발견된 경우 폐암인지, 아닌지 수년 동안 반복해서 추적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에 따른 불안감과 심리적 스트레스, 경제적 부담이 상당하다. 때로는 불필요한 조직검사나 수술을 받다가 합병증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0갑년 이상의 흡연력이 있는 54세 이상 성인에게 저선량 CT는 폐암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므로 이를 통해 조기 폐암 검진율을 향상시키는 게 중요하다.

‘비흡연자, 특히 여성은 폐암 검진이 필요 없는 것인가’라는 명제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서양에서는 아직 폐암 환자의 절대다수가 흡연자에게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포함한 중국·일본 등 동아시아권에서는 여성의 흡연율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폐암 환자의 30% 이상이 비흡연 여성에서 발견되고 있다. 특히 이들 중 절반가량은 이미 전이가 발생한 4기 폐암 단계에서 진단된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만 아직 비흡연자 및 여성만을 대상으로 한 폐암 검진 임상연구 자료가 보고되지 않아 여성에서의 폐암 검진 문제는 중요한 미충족 의료수요 과제로 남아 있다. 최근 유럽에서 시행된 넬슨(Nelson) 연구 결과를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저선량 CT를 이용해 남성에서는 26%의 폐암 사망률 감소 효과를 보인 반면 여성 흡연자의 폐암 사망률을 61%나 감소시키는 놀라운 결과가 확인돼 어쩌면 비흡연 여성이라도 저선량 CT를 이용함으로써 폐암 사망률이 현저히 낮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적 추론이 가능하다.

따라서 여성들도 유방암 검진과 함께 50세 전후 갱년기에 접어들면 저선량 CT를 이용한 조기 폐암 검진을 받아볼 것을 조심스럽게 권해본다. 아울러 향후 CT를 이용한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혁신적 조기 폐암 검진방법을 연구개발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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