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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 사람] 채연석 "화포 쏘는 거북선 처음 복원, 영화로도 제작 추진"

<신기전과 거북선 연구 권위자 채연석 前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 채연석의 끝없는 신기전·거북선 연구

대학때 신기전 설계도 처음 접하고

복원·전시·실험비행까지 열정 쏟아

거북선 형태·화포·성능 논문도 발표




“고교 때 ‘선조들도 로켓을 만들었을까’ 호기심을 갖다가 대학에서 신기전을 연구했고 이후 복원과 실험비행도 했지요. 자연스레 화약무기를 공부하며 거북선의 19개 화포 배치를 다룬 논문도 지난해 내놓았고요.”

채연석(68·사진) 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은 최근 서울 율곡로 서울경제신문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조상들은 로켓의 원조인 신기전을 이미 600여년 전에 개발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석사 시절인 지난 1975년 역사학회에서 ‘주화와 신기전 연구-한국 초기(1377~1600) 로켓 연구’를 발표했고 1980년 행주산성에 신기전과 화차를 복원, 전시했다. ‘신기전’이라는 영화가 나왔던 2008년 대신기전 시험발사를 했다. 2013년에는 국립과천과학관과 고양시의 지원을 받아 화차에서 소신기전과 중신기전을 발사하고 세계 최초의 2단 로켓인 산화신기전의 2단부에 불을 붙여 분리 비행에 성공했다. 그의 실험에 따르면 소신기전은 100m, 중신기전은 150~200m, 대신기전은 폭탄을 400~500m 날아가 폭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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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소신기전과 중신기전은 화차에서 100발씩 발사하면 다연발 로켓이 된다”며 “대신기전은 발사대에서 1대씩 발사해 폭탄을 폭발시키는 일종의 미사일처럼 사용했고, 중신기전은 거북선이 포위됐을 때 신호용으로도 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당시 신기전 설계도에는 0.3㎜ 정도인 ‘리(釐)’ 단위가 쓰일 정도로 조상들의 눈썰미나 손재주가 뛰어났다. 그는 “대학 1학년 때 사학자인 고(故) 허선도 국민대 교수를 찾아뵙고 국조오례의에 있는 신기전의 설계도를 접했다”며 “사학자는 공학을 잘 모르고 공학자는 사학에 관심을 두지 않던 때라 저에게 기회가 온 것 같다”며 웃었다.

이순신 장군의 거북선 모습. 거북선 전면 좌우에 천자총통 2대(2층)와 지자총동 2대(3층)가 나와 공격준비를 하고 있다. /출처=채연석 전 원장 논문이순신 장군의 거북선 모습. 거북선 전면 좌우에 천자총통 2대(2층)와 지자총동 2대(3층)가 나와 공격준비를 하고 있다. /출처=채연석 전 원장 논문


그는 이순신 장군의 거북선 형태와 화포 규격, 성능, 배치도 등을 연구해 족적을 남겼다. 그가 지난해 5월 과학사학회지에 발표한 ‘함포의 배치를 중심으로 본 이순신 거북선의 구조 연구’에 따르면 거북선은 2층과 3층 전면 좌우에 각각 천자총통 2대, 지자총통 2대 등 19대의 함포를 앞세워 왜적의 장군선 5~6m까지도 접근해 불을 뿜었다. 1층에서는 좌우 8개씩 노가 배치됐다. 그는 이순신 장군이 선조에게 올린 장계, 선조 25년(1592년) 5월 조선왕조실록, 이순신 종가의 거북선 그림 2장, 이충무공전서 귀선도와 전라좌수영 귀선도 등을 살폈다. 그는 “고려 말 최무선 장군부터 시작해 세종 때 개발한 20여종의 독창적인 화약무기를 이순신 장군이 거북선에 19종을 장착해 23전 23승의 대승을 거뒀다”며 “거북선이 여러 번 복원되기는 했지만 실제 화포를 발사해본 경험이 없어 복원이 제대로 됐는지 알 수 없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부터 이순신 장군의 거북선과 그보다 180여년 앞선 1413년 임진강에 처음 등장한 거북선의 복원을 위한 준비에 들어갈 것”이라며 “지방자치단체·영화감독과 협력해 화포를 쏘는 거북선을 만들어 영화로 제작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조상들이 임진왜란 때 진주성에서 군관을 구출하는 데 사용한 비차(飛車)도 대신기전의 추진 방식을 활용해 연구할 방침이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사진=권욱기자

고광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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