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힘 실리는 '금융소비자보호법 통과'…금융사 긴장

징벌적 과징금에 집단소송 등 포함

정부안보다 의원 발의안 수위 높아

법안 내용따라 경영 위축 우려도

정부가 연내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 금융소비자보호법이 금융권의 뜨거운 감자로 주목받고 있다. 법안의 통과 여부와 그 내용에 따라 파급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금융혁신을 가장 강조하면서 동시에 “금융소비자보호법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강조했다. 법 제정을 통해 금융혁신뿐 아니라 금융소비자 보호에서도 금융위가 주도권을 쥐고 나가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은산분리 완화(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에 집중했던 정부가 올해는 이 법을 우선순위로 올리면서 연초부터 법안 통과에 힘이 실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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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에는 현재 금융소비자 보호 관련 5개의 법안이 계류돼 있다. 지난 2017년 5월 정부가 직접 법안을 제출했고 이에 앞서 박선숙·박용진·최운열·이종걸 의원 등이 법안을 냈다.


정부 제출안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절차 중 소송 제기를 금지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현재는 소비자가 금감원에 2,000만원 이하 소액분쟁조정을 신청하더라도 은행·보험사 등 금융회사가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면 조정이 자동 중단된다. 분쟁조정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절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소법이 통과되면 금융회사들은 금감원 분쟁조정이 일단 마무리될 때까지 법적 대응에 나설 수 없다. 금융회사에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금융회사가 불완전판매로 얻은 수익의 최대 50%(산정이 어려울 경우 10억원)를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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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의원 발의안의 수위가 정부 제출안보다 더 높다는 점이다. 의원 제출안에는 징벌적 과징금보다 더 강도가 센 징벌적 배상금제도와 집단소송 등이 포함돼 있다. 특히 징벌적 배상금제도는 금융회사들 사이에서 공포의 대상으로 꼽힌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금융회사들은 소비자들이 실제로 입은 손해액의 3~4배를 물어줘야 한다. 최근 논란이 된 즉시연금을 예로 들면 현재는 미지급금과 이자만 물어주면 되지만 제도 시행 이후에는 지연 이자 외에 정신적 손해 등을 돈으로 환산해 보상해야 한다. 사안에 따라 자칫 금융회사 경영이 흔들릴 정도의 배상금 부담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취지에는 공감하나 자칫 무더기 소송전이 발생하거나 경영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금소법 진행 경과에 따라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금융감독체계 개편도 재점화할 가능성이 있다. 의원 발의안에는 소비자 보호를 전담하는 ‘금융소비자보호원’ 설립 방안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체계 개편 문제는 빼고 논의하자는 공감대가 있지만 앞으로 법안 논의과정에서 금소보원 등의 통할 문제를 둘러싸고 금융위·금감원의 주도권 경쟁이 다시 한번 불붙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금융위와 금감원의 팽팽한 긴장관계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금소법이 갈등을 키울 또 다른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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