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英 해양플랜트 1위 애버딘大, 韓 캠퍼스 설립 결국 '백지화'

2014년 분교설립 협약 맺었지만

'조선업 침체' 핑계로 설립 미루다

작년 5월 '불가' 일방적 통보해와

교육부 작년 12월 인가취소 결정

애버딘대 한국 캠퍼스 조감도.애버딘대 한국 캠퍼스 조감도.



영국 애버딘대는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손꼽히는 명문대학이다. 지난 2014년 당시 전 세계 해양플랜트 시장 1위를 달리던 한국에 분교를 설립하기로 하고 협약을 맺었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난해 말 애버딘대는 설립 계획을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국내 조선업 불황이 장기화되고 조선 3사가 해양플랜트 분야를 축소하자 발을 뺀 것이다. 약속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애버딘대도 문제지만 수년간 캠퍼스 설립을 지원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예산과 행정력을 낭비한 꼴이 됐다. 이 같은 외국 대학의 전횡을 막기 위해 정부가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13일 정부에 따르면 교육부는 경남 하동군에 한국캠퍼스 설립을 추진했던 애버딘대의 국내 분교 설립인가를 지난해 12월 말 취소했다. 이는 애버딘대가 지난해 5월 ‘설립 불가’를 일방적으로 통보한 데 따른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 관계자가 애버딘대를 수차례 방문해 설득했지만 “수익성이 없어 어렵다”며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결국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말 설립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고 설립인가 취소 결정을 내렸다.

1495년 설립된 애버딘대는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5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는 등 해양플랜트 관련 첨단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2014년 한국에 분교를 설립하기로 하고 경제자유구역 활성화를 추진하던 경남도와 협약을 맺었다. 애버딘대는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 하동지구에 한국캠퍼스를 설립하기로 하고 2016년 9월 교육부에서 설립 인가를 획득했다.


애버딘대는 한국캠퍼스에서 매년 석사과정(1년) 100명, 박사과정(3년) 60명, MBA과정(1년) 25명 등 최소 185명 규모의 수업 과정을 편성하기로 했다. 지자체에서 하동지구 내 부지 제공과 건물 설립 비용 등 70억여원의 예산을 투입하면서 전폭적인 지원에 나섰지만 협약 체결 후 애버딘대는 전 세계적인 조선업 경기 침체를 핑계로 수차례 개교를 연기했다. 전 세계적으로 조선업 불황이 닥치자 한국캠퍼스 조성으로 당초 기대했던 시너지를 얻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애버딘대 측은 약속대로 캠퍼스 설립을 요구하는 지자체에 “개교 이후 10년간 200억원 이상의 적자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더 많은 지원과 학과 변경을 해달라는 등 무리한 요구를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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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버딘대 한국캠퍼스 설립이 무산됐지만 정부와 지자체가 쏟아부은 지원금은 다시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경남도와 하동군은 지원한 부분에 대한 환수를 위해 법적 절차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질적인 효과는 거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지어진 기숙사 등 일부 건물의 경우 재활용할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뾰족한 대안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문제는 이처럼 외국 명문대가 캠퍼스 설립을 추진하다 ‘먹튀’를 해도 이를 제어할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경제자유구역 및 제주국제자유도시의 외국교육기관 설립·운영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한국 대학 설립 승인권한은 교육부에 있지만 법 취지 자체가 투자 유치에 치우쳐져 있는 탓에 지자체의 요구가 있으면 엄격하게 심사하기가 사실상 어렵다. 애버딘대의 경우에도 인가 전 교육부 관계자가 영국 본교를 찾아 분교 설립 의지를 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 교육부 관계자는 “외국 대학의 캠퍼스 설립이 무산된 첫 사례여서 사전에 대비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교육시장 개방을 통해 고등교육의 경쟁력을 높이는 차원에서 접근한다면 교육부가 적극 나서는 것이 맞지만 외국대학 유치는 투자 성격이 강하다 보니 관리에 어려운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이 같은 사례의 재발을 막기 위해 뒤늦게 관련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교육부는 이달 ‘외국교육기관 유치 및 설립운영 효율화 방안’ 연구용역을 발주하고 이르면 연내 개선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진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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