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회원 의사들에게 살 빼주는 주사제 ‘삭센다’ 사용방법과 부작용에 대한 환자교육 강화 등을 권고하고 나섰다. 펜형 피하주사기 1개를 제공할 때마다 대면진료 및 교육을 하고 첫 회 주사도 의료기관에서 하라는 게 골자다. 자가주사에 따른 오남용을 예방하고 안전한 사용을 위해서다.
삭센다는 △당뇨병 등 없이 체질량지수(BMI·㎏/㎡)가 30(키가 170㎝면 87㎏) 이상으로 비만이거나 △과체중(27 이상~30 미만)이면서 당뇨병, 당뇨병 전단계(이상혈당증),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중 1개 이상의 질환이 동반된 성인의 체중을 줄이는 보조제로 의사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이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가격도 꽤 비싼 편이다.
펜형 주사기 1개는 1개의 삭센다 카트리지(주성분 리라글루티드 18㎎)만 투여할 수 있다. 0.6㎎에서 시작해 1주일 이상의 간격을 두고 0.6㎎씩 늘려 최대 3㎎을 투여하게 돼있다. 1주일 간격으로 투여량을 늘려갈 경우 처음 1개의 펜으로 최대 17회 주사할 수 있다.
삭센다는 현기증·미각이상 같은 신경계 이상, 구역질·구토·설사·변비·갈증·소화불량·위염·위식도역류질환·상복부 통증이나 트림·복부팽만·위장관에 가스가 차는 등 위장관장애가 흔하게 발생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식욕과 체중이 줄지만 체중감량 효과를 높이기 위해 투여량을 늘리는 게 쉽지만은 않다. 연속 2주간 다음 단계로 용량을 늘리지 못하면 치료중단을 고려한다. 그래서 부작용 등을 이유로 투약중단 후 팔아넘겨 비싼 약값을 일부라도 건지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여기에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처방 기준에 미달하지만 손쉽게 살을 빼보려는 이들의 욕구, 돈벌이에 눈이 먼 의료인의 과다처방이 맞물리면서 온·오프라인을 통한 불법 거래가 적지 않다고 한다.
의사의 처방 없이 이뤄지는 삭센다 주사는 저혈당 쇼크, 감염 위험 등을 안고 있다. 체중감량 효과도 떨어진다.
삭센다의 주성분인 리라글루티드는 당초 당뇨병 치료제 ‘빅토자’(1일 최대 리라글루티드 1.8㎎ 투여)로 판매됐다. 제2형 당뇨병이 충분히 조절되지 않는 성인에게 단독 투여하거나 메트포르민 등 다른 성분의 당뇨병 치료제와 병용 투여할 수 있다. 하지만 설포닐우레아, 인슐린과 병용할 경우 저혈당 위험을 낮추기 위해 설포닐우레아 또는 인슐린 용량을 줄일 필요가 있다.
삭센다는 빅토자보다 주성분인 리라글루티드의 1회 최대 투여량이 3㎎으로 1.67배 많다. 그래서 임상시험에서 설포닐우레아 성분의 당뇨병약을 함께 먹는 환자의 44%, 설포닐우레아 성분의 약을 먹지 않는 당뇨병 환자의 15.7%, 당뇨병이 없는 비만·과체중 성인의 1.6%에서 저혈당 증상이 나타났다.
김대중 아주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대한당뇨병학회 홍보이사)는 “따라서 설포닐우레아, 인슐린 치료를 받고 있는 당뇨병 환자가 임의로 삭센다 주사를 맞을 경우 혈당이 너무 떨어져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저혈당 쇼크 발생 위험이 커진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김 교수는 “인슐린 주사를 맞는 당뇨병 환자는 주사방법 등에 대한 교육을 받지만 불법 유통되는 삭센다를 사전교육 없이 주사할 경우 감염 문제가 생길 위험도 커진다”며 “인슐린 피하주사용 1회용 주사침을 약국 등에서 사서 매번 교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드물게 급성 췌장염의 위험 등도 거론되지만 비만하거나 당뇨병이 있으면 췌장염 발생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삭센다 때문이라고 단정하긴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