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산 금괴 4만개를 국내 공항 환승 구역에서 여행객 몸에 숨겨 일본으로 빼돌린 뒤 되팔아 400억원대 시세 차익을 남긴 불법 금괴 중계무역 일당에게 1심에서 전원 유죄와 역대 최대 벌금형이 선고됐다.
부산지법 형사5부(최환 부장판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관세·조세), 관세법·조세범 처벌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밀수조직 총책 윤모(53) 씨에게 징역 5년, 운반조직 총책 양모(46) 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고 15일 전했다. 또 이들에게 각각 벌금 1조3,000억원과 추징금 2조102억원을 부과했다. 금괴 운반조직 공범 등 6명에게 징역 2년6개월∼3년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669억∼1조1,829억원, 추징금 1,015억∼1조7,951억원을 각각 선고했다.
특히 윤씨와 양씨가 받은 벌금액 1조3,000억원은 역대 최대 금액이다. 또 추징금 2조102억원은 분식회계 혐의로 23조원에 달하는 추징금을 선고받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에 이어 두 번째다. 법원이 인정한 범죄사실을 보면 윤씨 등은 2015년 7월 2016년 12월까지 홍콩에서 산 금괴를 가지고 항공기로 국내 김해·인천공항에 도착해 환승 구역에서 사전에 교육한 한국인 여행객에게 이를 전한 다음, 검색이 상대적으로 허술한 일본공항을 통해 금괴를 반출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이 챙긴 시세 차익만 400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1년 6개월간 빼돌린 금괴는 4만321개, 시가로 2조원에 달한다.
양씨는 일본에서 현지인을 통해 처분한 금괴 대금을 국내로 들여오려고 일본에서 골프용품을 수입, 국내에서 되팔며 수입가격을 절반밖에 신고하지 않아 관세 2억8,000만원을 포탈한 혐의도 받고 있다. 윤씨 등은 금괴 운반 수수료로 얻은 소득을 숨기고 세무서에 신고하지 않아 총 68억4,000여만원 종합소득세를 탈루한 바도 있다.
이들은 2014년 일본의 소비세 인상(5%→8%)으로 일본 금 시세가 급등하자 세금이 없는 홍콩에서 금괴를 사 한국을 거쳐 일본으로 빼돌려 매매차익을 노린 것으로 알려진다. 일본 정부가 홍콩 직항 입국 승객에 대한 금괴밀수 단속을 강화하자 국내 세관의 단속이 미치지 않는 인천·김해공항 환승 구역에서 금괴를 한국인 여행객에게 넘기는 ‘금괴 출발지 세탁’을 감행한 것이다. 윤씨 등은 인터넷에 ‘일당 50만∼80만원, 공짜 여행’ 제목의 광고를 올린 뒤 모집한 한국인 여행객을 금괴 운반에 이용했다. 2016년에만 한국인 여행객 5,000명 이상이 이들이 꾐에 빠져 금괴를 밀수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법리검토 끝에 공항 환승 구역을 이용한 금괴밀수 범행을 불법 중계무역으로 규정하고, 처음으로 국내 관세법 위반 혐의(밀반송)를 적용해 기소했으며 재판부도 이런 공소사실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홍콩 금괴를 국내 공항 환승 구역에 반입한 다음 관세법에 따라 신고하지 않고 일본으로 반출해 막대한 소득을 얻고도 은닉해 조세를 포탈했다”며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한 범행으로 동기가 매우 불량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무료 일본 여행을 미끼로 금괴 운반책으로 가담시킨 가족 여행객들이 최근에는 밀수범으로 구속되는 일도 있어 사회적 폐해가 크다”며 “조세포탈 범행은 조세질서를 어지럽히고 그 부담을 국민에게 떠넘기는 결과를 초래해 죄책이 무겁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다원 인턴기자 dwlee618@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