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서울시 주택공급 혁신과 도시 르네상스

김용창 서울대 지리학 교수




우리 사회에는 정권의 운명을 판가름할 정도의 큰 병통이 하나 있다. 바로 주택문제다. 지난 1980년 택지개발촉진법 제정에 바탕을 둔 주택공급 모델을 통해 절대적 주택부족과 주거공간의 물리적 개선이 크게 이뤄졌지만 그럼에도 엄청난 불로소득의 사유화와 부동산투기의 전 국민화, 재산소득의 양극화 등과 같은 폐단 또한 크게 나타났다. 대도시에서는 고시원·옥탑방·반지하 등과 같은 공간에서 거주하는 가구가 계속 늘어만 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해 세밑 서울시가 발표한 주택공급 5대 혁신방안 및 8만가구 공급 계획은 40여년 택지개발촉진법체제의 전환을 가져올 몇 가지 중요한 의미가 있다. 첫째, 서울시의 대안은 기성 시가지의 공간과 자원을 유효하게 재활용하는 방안을 기본으로 한다는 점이다. 주요 선진국 도시들은 이미 외연적 팽창중심의 도시화 모델을 버리고 기존 도시를 고쳐 쓰는 재도시화를 통한 도시 르네상스를 추구하고 있다. 이번 정책은 그린벨트를 보호하면서도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재도시화 모델을 체계적으로 제시한 것이다.


둘째, 입체 공간이용 개념을 적용한 주택공급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었다. 외국의 경우 리인벤터파리·도라노몬힐스·하흐세포르트·슐랑엔바더슈트라세 등 많은 사례가 있다. 우리도 낙원상가처럼 도로부지를 입체적으로 이용한 사례는 있지만 이번에 공중공간을 이용한 본격적인 입체 복합주거지 개발 모델을 제시함으로써 입체 도시화의 시대를 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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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기성 시가지의 도시 하부구조 시설을 활용하는 직주근접형 공공주택 확대 모델을 제시함으로써 포용적 주택정책의 기틀을 마련했다. 최근 미국의 주요 대도시들은 신자유주의 도시화의 병폐를 치유하기 위해 고급 주택세, 반투기세, 빈집세, 개발부담금 부과, 포용적 용도지역제 등을 도입해 개발이익 공유기반의 포용주택 정책을 펴고 있으며 서울시의 정책도 이러한 글로벌 트렌드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끝으로 입체 공간이용과 디자인 혁신을 통해 공공주거단지가 장소마케팅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자칫 혐오시설이 될 수도 있는 공간이지만 네덜란드의 큐빅하우스처럼 디자인 혁신을 이룬다면 도시 르네상스를 이끌 수 있는 혁신공간이 될 수 있다.

서울시의 이번 정책방안을 발판으로 대지의 개인적 소유권은 인정하되 이용은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하는 토지공개념의 발전적 도입을 통해 사적이익과 탐욕으로 점철된 도시가 아닌 새로운 개념의 도시를 후손에게 물려줄 의무가 우리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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