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헌(60)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전·현직 국회의원들의 민원을 받아 재판에 개입하거나 법률자문을 해준 혐의 등으로 추가기소됐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15일 임 전 차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기소한 임 전 차장의 재판에 병합해 심리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검찰의 추가기소 공소장에는 임 전 차장이 당시 법원행정처 숙원사업이었던 상고법원 도입에 도움을 받을 목적으로 여러 정치인의 ‘재판민원’을 들어준 혐의가 담겼다.
먼저 검찰은 임 전 차장이 지난 2015년 5월 서영교 의원으로부터 “지인의 아들이 재판을 받고 있는 형사사건의 죄명을 변경하고 벌금형으로 선처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해당 법원장을 통해 담당 판사에게 선처를 요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법원행정처 기획총관 심의관을 통해 담당 판사의 재정합의부장에게도 청탁 취지를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해 4~5월에는 전병헌 의원으로부터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그의 친인척이자 보좌관인 A씨에 대한 조기석방 선처 청탁을 받고는 사법지원실 심의관에게 예상 양형 검토보고서 작성을 지시한 뒤 전 의원에게 검토 결과를 설명해준 정황도 포착됐다.
2016년 8~9월에는 노철래 의원과 이군현 전 의원에게 각각 정치자금법위반 사건 관련 양형 검토문건을 만들어 법률자문을 해준 사실을 확인했다. 이 중 이 전 의원에 대해서는 해당 사건이 있는 지원장에게 청탁 취지를 전달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임 전 차장은 2015년 3~6월 법원 재임용에서 탈락한 서기호 전 의원이 법원행정처를 상대로 낸 소송을 원고 패소 판결로 조속히 마무리하기 위해 기획조정실 심의관들에게 대응문건을 만들도록 지시한 혐의도 받는다. 당시 법원행정처는 서 전 의원의 행정소송과 관련해 내부에 비공식 소송대응팀을 만들어 언론과 국회를 상대로 서 전 의원에게 부정적인 여론을 조성하려고 계획하기도 했다. 임 전 차장은 소송을 맡은 서울행정법원의 수석부장판사를 직접 만나 “소송을 빨리 원고 패소로 종결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2016년 10~11월 법원행정처가 평택시와 당진시의 매립지 관할권 소송을 조기에 선고해야 한다는 내용의 검토보고서를 만들어 주심 대법관들에게 전달해 재판에 개입한 혐의도 추가 기소했다. 당시 법원행정처는 헌법재판소에 대한 우위를 확인하기 위해 이 같은 내용의 사건을 심리하고 있던 헌법재판소보다 앞서 판결을 내리려고 대법원의 선고 시기에 개입한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