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인터뷰]연출가 신영선 "여러분의 버킷리스트를 해결해드리겠습니다."

"톨스토이와 도스토옙스키 함께 읽어요"

제 7기 고인돌서 러시아 문학 해설 강좌

도스토옙스키와 톨스토이 비교체험기회

방대한 이야기 전개에 에 번번이 포기한

독자를 위한 최소한의 읽기 가이드 제공




“여러분의 버킷리스트에 적은 한 두 가지 목록은 아마 제가 해결해 드릴 수 있을 겁니다.”

오는 3월부터 시작하는 ‘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 프로젝트에서 러시아 고전문학과 오페라·연극 등을 주제로 한 강연을 기획하고 있는 신영선(사진) 박사(공연 연출가)는 많은 사람들이 ‘죽기 전에 해야 할’ 목표로 써 내려가는 버킷 리스트의 길나잡이를 자청하고 나섰다.


‘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은 서울경제신문 부설 백상경제연구원과 서울시교육청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생애 주기별 인문강좌 프로그램으로 올해 7년째다. 지난해 처음 고인돌 강의를 시작한 신 박사는 ‘러시아 문학으로의 초대’라는 제목으로 강좌를 개설해 푸시킨·고골·톨스토이·도스토옙스키·체호프 등 러시아 작가들의 단편을 소개하면서 수강생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관련기사



신 박사는 지난해에 개설한 강좌에서 한 단계 더 들어간 심화과정을 준비하고 있다. 도스토옙스키, 톨스토이 등 학창시절 대문호라고 배웠던 러시아 작가들의 작품을 함께 읽고 공부하는 프로그램이다. “왜 지금 이 시대에 도스토옙스키, 톨스토이를 읽어야 하냐”는 우문에 신 박사는 “두 사람의 작품 세계는 유효기간이 없다. 현대인에게도 통하는 주제를 다루고 있어서다”라면서 “톨스토이는 성(性)과 죽음을 도스토옙스키는 분열된 현대인의 자의식을 작품의 주제로 다루고 있다. 이러한 주제는 절대로 낡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작품을 혼자 읽기가 녹록지 않다. 수 백 명에 이르는 등장인물의 이름조차 기억하기가 어려워 스펙타클한 이야기전개를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박경리의 ‘토지’는 완독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감히 혼자 완독하기는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이 때문이다. 556명의 이름이 등장하는 ‘전쟁과 평화’는 혼자선 이야기 따라기 조차 버겁다”고 설명했다. 신 박사는 올해 ‘톨스토이와 도스토옙스키’라는 강좌를 개설해 두 문호의 삶과 문학 세계를 둘러볼 예정이다. 그는 “톨스토이와 도스토옙스키는 동시대 인물이지만 추구하는 문학 세계가 다르며 살아온 삶이 정반대”라면서 “영지 내에서는 최고의 부와 권력을 누렸던 톨스토이는 인간의 육체와 영혼에 관심이 있었다면 도스토옙스키는 밑바닥 삶을 살면서 한 가지 주제를 끝까지 몰아붙이며 이야기를 끌고 간다. 이를테면 캐릭터의 자의식을 분열시켜 미칠 때까지 몰고 가서 발광·자살 혹은 살해 등 극단적인 결말에 이르고 만다”고 설명했다. 신 박사는 이어 “결국 인간이 추구하는 끝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을 던지며 끝장을 내 보자고 덤빈다”면서 “삶의 조건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던지며 현대 문학으로 이어져 내려온다. 이른바 현대문학의 효시라고 할 만한 작품들을 두 거장이 쓴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강좌에서는 두 작가의 거대한 작품세계와 이야기의 깊이를 비교하고 대조하면서 그들의 대조적 삶을 소개할 예정이다. 그는 “세계 문학계에 거인이라고 평가받는 두 거장의 작품을 읽어볼 수 있는 최소한의 가이드를 제공할 예정”이라면서 “책을 집어 들고 읽기 시작해서 곧바로 문지방에서 넘어져 수 십 번 무릎이 깨져 완독을 포기했던 사람들에게 문을 열고 들어가 수 있는 최소한의 안내는 할 예정이다. 책을 좀 읽는 사람들의 버킷리스트 1, 2위에 두 사람의 작품을 읽겠다고 써 놓은 사람들이라면 그들의 버킷 리스트는 해소해 줄 수 있을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국문학을 전공한 신 박사는 작품의 방대한 규모와 본질에 다다르는 주제에 반해 러시아 문학으로 전공을 바꿔 서울대 노어노문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마쳤다. 현재 공연 연출가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지난해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중 대심문과 장면을 연극 언어로 재현해 내 기독교문화예술원이 선정한 기독문화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올해는 창작 오페라 ‘인형의 신전’을 오는 3월 아르코예술극장과 대학로 예술극장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그는 “러시아 문학은 유효기간이 없는 현대적인 주제”라면서 “현대 문학 등 다양한 인문학 분야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서울대 등에 출강하는 그는 “대중강연을 하기 전에는 ‘인문학의 쓸모를 학교 밖에서 찾을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면서 “하지만 창작자로 문학을 연극으로 재해석하고, 고인돌 강의에 참석한 수강생들의 관심과 열정을 보면서 스스로 인문학의 효용가치를 확신하게 됐다. 그들과 좀 더 가깝게 호흡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글=장선화 백상경제 연구원 연구위원 india@sedaily.com

장선화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