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시장의 규모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PC 주변기기 업체가 고성장할 수 있을지 의문을 품은 이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로지텍은 멀티 디바이스에 적용할 수 있는 하이엔드 제품을 집중적으로 출시하면서 이 같은 우려를 불식했습니다.”
15일 서울경제신문과 서울 용산구에서 만난 정철교(51·사진) 로지텍코리아 지사장은 “브래컨 대럴 로지텍 최고경영자(CEO)가 항상 강조하는 것이 ‘빅 피시 인 더 스몰 폰드’”라며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시장에서 잘할 수 있는 역할을 하는 것이 로지텍의 목표”라고 말했다. HP코리아와 삼성전자 등에서 IT솔루션사업부 해외영업그룹장 등을 지낸 정 지사장은 지난 2013년부터 로지텍코리아의 수장으로 활약해왔다.
1981년 설립된 로지텍은 스위스에 본사를 두고 있는 PC 주변기기 제조·판매 업체로 전 세계 30여개국에 진출한 나스닥 상장사다. 2008년 커스텀 이어폰 제조회사인 얼티밋이어를 3,400만달러에 인수한 데 이어 2016년 무선 오디오 기업인 제이버드, 2017년 프리미엄 콘솔 헤드셋 기업인 아스트로게이밍을 각각 5,000만달러와 3,400만달러에 인수하는 등 사업을 다각화하며 대표적인 PC 주변기기 기업으로 몸집을 키워왔다. 한국 지사인 로지텍코리아는 2001년 게임 시장의 성장세 등에 맞춰 설립됐다. 정 지사장은 “키보드나 마우스 등 PC 주변기기의 매출액이 최근 두 자릿수 이상 성장해왔다”며 “과거의 키보드와 마우스는 단순히 1개의 PC와 인터페이스하는 제품이었다면 지금은 여러 개의 PC는 물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 멀티 디바이스를 컨트롤할 수 있는 제품으로 진화하면서 PC의 액세서리가 아니라 디바이스의 중심이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로지텍은 특히 디자인 등을 차별화한 하이엔드 제품을 중점적으로 내놓으면서 이 같은 트렌드의 선두에 섰다. 여러 개의 PC를 컨트롤할 수 있는 키보드를 포함해 클릭할 때 ‘딸깍’ 소리가 나지 않는 사일런스 마우스, 카카오와 컬래버레이션한 캐릭터 마우스 등이 대표적이다. 정 지사장은 “과거 키보드나 마우스·이어폰 등의 주변기기는 PC나 휴대폰 등을 구매할 때 공짜로 주는 사은품 개념이어서 돈을 주고 산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바뀌지 않았느냐”며 “철학을 담은 디자인 외에도 그립감 등의 편의성과 기능성을 높인 제품들을 내놓은 것이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추세에 힘입어 로지텍의 전체 매출은 2016 회계연도(2016년 4월~2017년 3월) 22억2,100만달러에서 2017 회계연도(2017년 4월~2018년 3월)에 25억6,600만달러로 15.53%나 증가했다.
로지텍은 최근 마라톤 등 달리기가 트렌드로 자리 잡은 한국 시장에 맞춰 스포츠 무선 이어폰 브랜드 제이버드의 신제품 ‘타라’와 ‘X4’ ‘타라 프로’ 등을 출시하며 마케팅도 강화하고 있다. 제이버드는 2016년부터 한국에서 제품을 출시했지만 그간 별다른 마케팅을 하지 않았다. 정 지사장은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게이밍 마우스와 일반 마우스를 구별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둘을 구분하는 소비자가 많아진 것처럼 이어폰도 스포츠 무선 이어폰과 일반 무선 이어폰 간의 수요층이 달라질 것”이라며 “그전에 제이버드는 디자인 등을 차별화해 국내에서 프리미엄 스포츠 이어폰 브랜드로의 입지를 확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지텍은 국내에서 유튜브 등 인터넷 1인 방송이 빠르게 성장하는 만큼 이에 대한 전략도 고심하고 있다. 정 지사장은 “한국에서 1인 미디어 트렌드가 커지면서 지난여름 인수한 마이크 제조 기업 ‘블루마이크로 폰’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고 있다”며 “특히 국내에서도 재택근무 등으로 화상회의에 대한 수요가 커질 것으로 생각돼 ‘비디오 컬래버레이션’에도 드라이브를 걸 계획”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