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日 '레이더 갈등' 해결의지 있나

주파수 제시땐 모든것 풀리는데

日 여론전 펼치며 정치이용 의혹

韓日 군사당국 긴밀한 대화 필요

정안호 예비역 해군소장·전 합참전략부장




한국 함정이 일본 해상초계기를 겨냥해 추적레이더 전파를 발사했는지에 대한 진위 공방이 우려할 수준이다. 한일 상호 간 현장 동영상을 공개하면서 국내외적으로 여론전이 가열되고 있다. 일본은 불충분한 자료를 가지고 우리 측에 항의하고 있는데 이는 과거 군사 문제에서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항의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일본이 해상초계기에서 접촉한 추적레이더 주파수만 제시하면 간단히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지만 제시하지 않고 있어 의구심만 커지고 있다. 한일 군사당국의 싱가포르회담에서도 진전이 없다.

일본은 한국 함정의 추적레이더 전파 발사를 주장하면서 충분한 증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일본 해상초계기에서 촬영한 동영상 화면에 사격통제(fire control)를 의미하는 ‘FC(화기관제레이더) 탐지’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보인다. 일본 해상초계기가 사격통제레이더의 추적을 받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국 함정에는 사격통제레이더가 두 종류 탑재돼 있다. 탐색레이더 MW-08과 추적레이더 Stir-180이다. 일본은 해상초계기 화면에 전시된 ‘FC’가 추적레이더라고 주장하면서도 정작 진위 파악에 필요한 주파수 자료는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일본이 추적레이더 주파수를 제시하지 않은 것은 그동안 유사한 전례에서 일본이 취한 행태와는 다르다. 이로 인해 이 사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의구심이 든다. 지난 2004년 11월10일 오전 중국의 한(漢)급 핵잠수함이 일본 오키나와현 사키시마제도에 인접한 영해를 수중으로 침범했을 때 일본은 중국의 공식 사과를 받아냈다. 국제법적으로 잠수함이 타국의 영해를 통과할 때는 부상해야 한다. 그러나 중국 잠수함은 국제법을 어기고 일본 영해를 수중으로 통과했다. 중국은 초기 자국 핵잠수함의 일본 영해 수중 통과를 강력하게 부인했지만 일본의 증거 제시에 결국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인정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이번 추적레이더 사안에 대해서는 객관적인 증거자료를 제시하지 않고 여론전만 전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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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추적레이더 문제를 이슈화시킨 지난해 말은 휴가 시즌으로 정치적 여론 형성에 중요한 시기였다. 아베 신조 정권은 지지율 하락에 따라 보수 대결집을 해야 함은 물론 당면한 한일 간 외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특히 오는 3월 말까지는 2019년도 방위비를 의회에서 통과시켜야 한다. 일본은 향후 5년간 중기방위력정비계획 시행을 위해 약 274조2,000억원의 방위비 예산을 증액해야 하는데 올해가 그 첫해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이번 사건을 정치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우리의 사과를 원하고 사태를 조기에 해결하고자 한다면 추적레이더 주파수를 제시해야 한다. 일본 해상초계기 대원이 위협을 느꼈다면 재발 방지를 위한 양국 간 군사적 노력이 중요하지 정치 쟁점화는 바람직하지 않다. 한일은 2016년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체결할 정도로 군사적 신뢰를 유지했다. 그러나 일본은 추적레이더 주파수에 대해 군사적 비밀 운운하며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일본 해상초계기가 접촉한 추적레이더 주파수의 정보 화면을 캡처해 한일 군사당국이 자료를 비교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 일본이 이 사건을 해결할 의지만 있다면 가능한 일이다.

일본이 추적레이더 주파수를 제시하면 이를 근거로 누가 잘못했는지 또는 상호 오인이 있었는지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 그리고 이번 사태를 조기에 일단락시켜야 한다. 한일 간 군사적 갈등은 건설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안보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데 바람직하지 않다. 한국과 일본은 동북아시아에서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공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매우 유사한 안보환경 때문에 동맹과 우방국과의 파트너 체제를 구축해 협력적 안보를 추구하고 있다. 갈등을 딛고 한일 군사당국 간에 긴밀한 대화가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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