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북한이 적 아니면 지금 우리의 적은 누구인가

국방부가 국방백서에서 ‘북한은 적(敵)’이라는 표현을 없앴다. 대신 ‘대한민국의 주권·국토·국민·재산을 위협하고 침해하는 세력을 적으로 간주한다’고 표기했다. 북의 상시적 군사 위협과 도발, 특히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사이버공격, 테러 위협이 지속되는 한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고 했던 2년 전과는 확연히 다르다. 킬체인과 대량응징보복이라는 개념도 사라졌다. 이제는 적이 존재하지만 그게 누구인지를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 됐다.


적 표현 삭제에 대해 국방부는 최근 달라진 남북관계를 고려했다고 밝혔다. 세 차례에 걸친 남북정상회담 이후 긴장완화와 신뢰구축 노력이 진행되는 마당에 북한을 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주장이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북한이 우리에게 군사적 위협을 가하는 존재이기는 하지만 평화를 위해 협력해야 할 대상인 것은 맞다. 하지만 국방부가 이런 정치적 고려까지 해야 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이럴 때일수록 안보의식 강화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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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개선의 조짐이 있다고는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가 안보환경의 근본적 개선으로 연결될 징후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국방부가 분석한 북한군 규모는 128만명으로 우리 군의 2배에 달하고 특수작전군을 별도로 편성하는 등 특수전 능력을 강화했다. 여기에 미국의 비핵화 접근 방식의 변화 조짐이 보이면서 자칫 북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적어도 안보 분야에 있어서만큼은 평화와 화합보다 대립과 갈등의 소지가 더 커졌다.

남북 대치국면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어 언제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우리 국군의 전력이 북한보다 열세인 상황에서 모호한 적 개념과 가상의 적 소멸로 안보의식까지 흐릿해진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국방백서에 ‘적’이라는 표현이 빠졌다고 준비태세까지 마냥 손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군은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구체적인 적이 누구인지를 분명히 하고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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