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朴 "양복 상의 벗고 토론하시죠" 文 "좋습니다"...시종 화기애애

JY “반도체, 진짜 실력 나올 때”

崔 “삼성 저런 소리 제일 무서워”

서정진 "대통령 건강 위해 계속 약 대드릴 수 있다"

文 "건강관리, 그냥 포기한 거죠" 폭소

文 "현대그룹, 대북정책 희망고문...속도 내겠다. 결국 잘 될 것"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9년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참석 기업인들과 본격적인 대화를 시작하기 전 양복 상의를 벗고 자리에 앉고 있다./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9년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참석 기업인들과 본격적인 대화를 시작하기 전 양복 상의를 벗고 자리에 앉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대·중견기업 대표와의 15일 간담회는 좀처럼 보기 힘든 파격적인 장면의 연속이었다.

우선 참석자들은 모두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앞에서 전세버스를 타고 청와대를 찾았다. 주요 대기업 총수들도 버스를 탔는데 문 대통령 방북 특별수행단으로 경복궁 주차장에 모인 지난해 9월 이후 4개월 만이다. 총수들은 행사 시작 한 시간 반 전인 낮12시30분부터 속속 모습을 나타냈다. 가장 먼저 얼굴을 드러낸 것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었다. 뒤이어 최연장자인 손경식 CJ그룹 회장과 가장 젊은 총수인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나란히 입장했다. 황창규 KT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등도 잇따라 도착했다.


이들은 상의 회관 내에서 잠시 환담을 나눈 뒤 버스에 올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뒤늦게 도착한 탓에 건물 내부로 들어가지 않고 바로 버스에 탑승하면서 다른 총수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김병원 농협중앙회 회장 옆자리에, 정 부회장은 구 회장 옆자리에 앉아 담소를 나눴다. 유통업계의 맞수인 정 회장과 신 회장은 통로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앉아 웃으며 대화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행사 시작 전 기업인들은 노영민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과 인사를 나누기 위해 줄을 서기도 했다. 이재용 부회장 역시 줄을 선 끝에 노 실장과 악수를 나눴다. 노 실장은 “반갑다.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인사하며 명함을 주고받았다. 구광모 회장은 정의선 부회장에게 순서를 양보하기도 했다.


본행사에 들어가서는 모두가 상의를 벗고 이야기를 시작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사회를 맡은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상의를 탈의하고 진행하면 어떨지 문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고 하자 문 대통령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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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가 종료된 후에는 문 대통령과 4대 그룹 총수 등이 청와대 경내를 산책했다. 청와대에서 제공한 커피가 든 텀블러를 들고 시작한 산책은 영빈관에서 본관·불로문·소정원을 거쳐 녹지원까지 25분간 이어졌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문 대통령에게 “건강 관리는 어떻게 하십니까”라고 물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웃으며 “못하는 거죠. 그냥 포기한 거죠”라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이에 서 회장은 “건강을 위해서라면 저희가 계속 약을 대드릴 수 있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부작용 때문에 약을 잘 안 먹는다. 수면제도 부작용이 있다. 가장 좋은 수면제는 졸릴 때까지 일하는 것”이라고 화답했다.

대북정책에 대한 문 대통령의 언급도 있었다. 문 대통령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에게 “요즘 현대그룹은 희망고문을 받고 있다”며 “뭔가 열릴 듯하면서 열리지 않고 있다. 하지만 결국 잘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산책을 마친 후 인사를 하면서도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미세먼지가 완전히 걷히지 않은 가운데 진행돼 이 문제가 단연 화제에 올랐다. 김수현 정책실장이 “삼성·LG에 미세먼지 연구소가 있다고 한다”고 운을 떼자 이재용 부회장은 “에어컨·공기청정기 등 때문에 연구소를 세웠는데 더 공부를 해서 말씀드리겠다. 연구소는 LG가 먼저 시작하지 않았나”라고 구광모 회장에게 반말로 물었다. 이에 구 회장도 “그렇다. 공기청정기 등을 연구하느라 만들었다”고 답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재용 부회장과 구광모 회장에 대해 “서로 편하게 말을 하는 사이로 보였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이 반도체 경기를 묻자 이재용 부회장은 “좋지는 않습니다만 이제 진짜 실력이 나오는 거죠”라고 답했다. 이에 최태원 회장은 “삼성이 이런 소리를 하는 게 제일 무섭다”고 말했다. 이에 이 부회장은 최 회장 어깨를 툭 치며 “이런, 영업비밀을 말해버렸네”라고 말하는 등 격의없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이태규·박효정기자 classic@sedaily.com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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