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종목·투자전략

[시그널]'보이는 손' 뺀 국민연금…학계선 "정부, 민간 개입은 위헌"

■대한항공·한진칼에 '스튜어드십 코드' 착수

수탁자책임위 행사 방식 논의

기금위 경영권 개입 가능성 높아

참여땐 6개월내 수익 반환해야

"사회적 가치 위해 손실은 불법

사영기업 관리할수 없어" 지적

박능후(왼쪽) 보건복지부 장관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제1차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박능후(왼쪽) 보건복지부 장관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제1차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715A04 국민연금


국민연금이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에 한진칼과 대한항공의 주주 가치 훼손 여부에 대한 판단을 맡기면서 스튜어드십 코드를 통한 국민연금의 기업경영 참여에 시동이 걸렸다. 한진그룹과 재계에서는 자칫 국민연금 뒤에 선 정부가 기업 경영에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어 국민연금의 경영 참여에 대한 찬반 논란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이번 논란은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지난해 7월부터 예정돼 있었다. 당초 정부는 오는 2020년 제반 여건이 갖춰진 후 이행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 이전에 기금운용위원회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9명이었던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를 14명으로 구성된 수탁자책임위로 확대 개편했다. 16일 열린 기금운용회의에서는 수탁자책임 활동의 내부이행 기준과 절차를 구체화한 세부 가이드라인을 확정했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논의가 진행되는 동안 국민연금이 한진그룹에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커졌다. 밀수와 횡령을 비롯해 ‘물컵 갑질’ ‘부정 대학 편입’ 등 한진그룹 오너 일가에 대한 의혹과 논란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터져 나왔기 때문. 일명 ‘강성부펀드’로 불리는 토종 행동주의펀드 KCGI도 한진칼(10.81%) 등의 지분을 사들이는 등 공세 수위를 높였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오는 3월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이 조양호 대표이사 해임 촉구와 같은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일단 공은 수탁자책임위로 넘어갔다. 기금위는 이날 수탁자책임위의 논의 결과를 토대로 주주권행사 이행 여부와 방식을 2월 초까지 확정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임원의 선임·해임 등을 위해서는 3월로 예정된 대한항공·한진칼의 주주총회일 6주 전까지 주주제안 내용을 공식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경영 참여의) 근본적인 취지는 기금의 장기 수익성”이라며 “(수탁자책임위에) 기업의 가치 훼손이 정확히 무엇이고 어떻게 측정하는지, 시기적으로 장단기로 나눴을 때 변동 가능성이 있는지 등 객관적인 자료 제출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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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과 한진칼에 대한 국민연금의 경영 참여 가능성은 높다는 관측이다. 대부분 기금위원이 수탁자책임위의 객관적 보고서 요청에 대해 찬성하고 있는 상황. 기금위 회의에 참석한 한 인사는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주주가치 훼손 여부를 판단해보자는 제안에 대부분이 찬성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국민연금은 다음주 열리는 수탁자책임위 회의를 통해 기금위에 보고할 보고서를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이후 1월 말께 실무평가위원회를 거쳐 검토하고 늦어도 2월 초까지 기금위를 열어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주주권 행사의 범위에 이목이 쏠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주주권 행사의 범위가 국민연금의 지분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연금은 한진칼 지분 12.45%, 대한항공 지분 7.34%를 보유하고 있다. 상법상 경영 참여가 가능한 ‘10%룰’에 따라 한진칼의 지분보유 목적을 단순투자가 아닌 경영 참여로 바꿀 경우 6개월 이내의 수익을 반환해야 한다. 이로 인해 수익률이 떨어질 수 있는 만큼 대표이사 연임 반대 등의 선에서 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대한항공의 경우에는 대표이사 해임 촉구 등의 주주제안을 할 수 있다.

다만 ‘연금 사회주의’ 논란 등 재계의 반발을 잠재우는 것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재계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 정부의 입김이 여전히 센 상황에서 여론에 휘둘려 기업 경영이 좌지우지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보유 지분이 10% 넘는 기업에 대한 경영 참여의 경우 오히려 기금 수익률을 끌어내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민연금법 제102조 2항에서 연금은 최대 수익을 획득하도록 운영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사회적 가치를 위해 손실을 야기할 수 있는 (경영) 개입을 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2025년이면 연금이 주식시장 시총 9%를 가질 것으로 전망되는데 정부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한 연금이 기업 경영에 개입하면 이것은 사회주의 경제체제”라고 비판했다.

김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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