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추가로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은 대상은 이사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기업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대한항공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가 ‘땅콩 회항’ ‘갑질 논란’ 등 각종 문제를 일으키며 기업 가치를 훼손했다는 사회적 지탄을 받았다. 하지만 경영진을 견제해야 할 이사회는 사실상 식물 상태였다. 조 회장과 특수관계자 등이 영향력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국내 일부 대기업 이사회는 총수 및 특수관계자 혹은 관련 인사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거수기라는 비판을 받는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한항공 사태를 통해 국민적 공분을 사면 경영권을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는 암묵적 룰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장기 가치투자를 지향하는 국민연금인 만큼 보유 현금을 재투자하지 않고 지나치게 배당에 인색한 기업, 또 동종업종 대비 지나치게 낮은 밸류에이션을 보이는 기업도 주주권 행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투자증권은 네이버와 대림산업(000210), 현대그린푸드, 성신양회, 조광피혁 등이 배당성향이 낮은 기업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기업의 지난 2017년 기준 배당성향은 코스피 상장사 배당성향 평균(33.81%)을 크게 밑도는 0~7.9%에 그쳤다.
기업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된 곳도 타깃이 될 수 있다. 대림산업이 대표적이다. 건설·화학·자동차부품 사업을 하는 대림산업은 사업 부문을 떼어내면 각각의 가치가 올라갈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네이버와 현대그린푸드는 계열사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지주사로 전환하라고 요구할 수 있다.
다만 국민연금이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늘릴지는 의문이다. 경기 하강 국면에 접어들고 있고 정부까지 나서 기업들의 기 살리기를 하는 상황에서 엇박자를 낸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에 가장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참여연대 역시 “한진 사태가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결정으로 바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당장 제2의 한진이 나올 가능성은 낮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