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난 치매 아니다"… 80대 남성 대법원서 '극단 선택'

'치매 오진' 소송 잇단 패소 불만

"극심한 사법불신 풍조 반영" 지적

대법원 청사 안에서 외부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해당 80대 남성은 자신을 치매 환자로 오진한 의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잇따라 패소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11월 김명수 대법원장을 향한 화염병 테러 사건과 더불어 최근 사법 불신이 극에 달한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은 사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17일 경찰과 대법원에 따르면 최모(81)씨는 이날 오전7시15분께 서울 서초동 대법원의 서관 5층 비상계단에서 목을 매 숨진 채로 환경미화원에게 발견됐다. 최씨는 지난 16일 오후2시30분께 대법원 동관 1층 안내대에서 방문증을 발급받아 법원도서관 열람실을 방문했다. 최씨의 유서는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로 경찰은 부검을 신청하기로 했다.


법원과 수사기관은 최씨가 치매 오진과 관련한 자신의 패소 판결에 불만을 품고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일단 추정하고 있다. 앞서 최씨는 2006년 1월 기억력 저하와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병원을 찾았다가 치매선별검사(MMSE) 결과 치매로 진단받고 2013년 6월까지 약을 복용했다. 최씨는 이후 배우자에게 화를 참지 못하는 증상, 불안감, 불면증 등을 지속적으로 호소했다. 최씨는 이 증상이 MMSE 최초 결과가 정상 수치인 25점이었는데도 담당 의사가 치매약을 처방했기 때문이라며 1,759만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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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1·2심은 “치매는 MMSE 검사만으로 진단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증상을 종합해 진단한다”며 의료 과실이 아니라고 결정했다. 대법원 역시 원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최씨는 대법원 판결에 불복해 재심을 청구했지만 이 역시 2017년에 기각됐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자신의 확정판결에 불만을 가진 70대 남성이 김 대법원장에게 화염병을 던진 데 이어 이번에는 대법원 경내에서 초유의 자살 사건까지 벌어지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5월에는 양승태 사법부의 재판거래 의혹에 반발하던 KTX 해고 승무원들이 사상 처음으로 대법정을 점거하는 등 최근 대법원의 권위는 어느 때보다 땅에 떨어졌다는 평가다.


윤경환·오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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