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로터리] 신재민이 남긴 것들2

송언석 자유한국당 의원




장안의 화제였던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폭로 후 많은 후폭풍이 있었다. “꼴뚜기(김태우)가 뛰니 망둥이도 뛰는 것일까”라는 논평처럼 면책특권에 기댄 인격 말살적 폭언도 일부 있었고 심지어 “자기가 보는 좁은 세계 속의 일을 가지고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는 대통령의 언급도 있었다.

공익제보자에 대한 이중적 태도 등 다양한 쟁점이 있겠지만 의사 결정 과정의 합리성을 중심으로 몇 가지 논점을 짚어본다.


첫째, 소위 ‘정무적 판단’의 과잉 문제다. 법령에 따른 절차를 지키며 객관적인 지표와 기준에 따라 합리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것은 행정의 기본 중 기본이라고 할 것이다. 공무원에게 정무적 판단이란 정치권, 특히 청와대의 의중을 살피라는 명령과 동의어로 통한다. 국가 경제와 재정을 총괄하는 기재부에서조차 정무적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1급 공무원이 부총리의 질책을 받는 장면에서 극에 달했던 국민들의 절망감과 참담함을 어찌 글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 기재부 패싱이니 ‘청와대 정부’니 하던 말들이 결국 행정의 정치 도구화 의도의 결과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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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청와대의 ‘슈퍼 갑질’ 부분이다. 6급 수사관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독대해 비위 사실 특감 내용을 미끼로 5급 특채를 논의하고 5급 행정관이 육군참모총장을 카페로 불러내 기밀에 해당하는 장성 인사 자료를 놓고 부적절한 대화를 하다가 분실해도 아무런 처벌이 없을 정도로 청와대의 갑질은 무소불위다. 장차관조차도 청와대의 권력적 횡포에 대한 본능적·생태적 두려움이 있고 지난 정부 정책 담당 간부들은 적폐로 몰려 사법적 단죄도 받고 있는 현실을 고려해보자. KT&G 사장 교체나 국고채와 관련한 청와대 비서관의 전화가 실무 공무원들에게 얼마나 큰 압박으로 느껴졌을까. 청와대는 헌법과 법률보다 상위에 군림하는 기관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셋째, ‘인의 장막’에 가로막힌 불통 대통령에 대한 의구심이다. 경제부총리의 대통령 면담 요구도 묵살됐다고 한다. 당시 경제 투톱인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의 불화는 ‘김&장’이라는 조어가 말해주듯이 일찍부터 정관계에서 회자됐다. 혹여 경제 운용과 관련해 미묘하지만 철학의 차이가 있던 장 실장이 대통령의 귀를 독점하려고 대통령 보고 요청을 거부한 것이었을까. 재정과 경제 정책을 정권의 입맛에 맞추는 수단쯤으로 인식한 것은 아닐까. 일부 참모들이 듣고 싶고 보고 싶은 논리와 통계만으로 대통령의 눈을 가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걱정만 하고 있기에는 너무나 위중한 사안이 한둘이 아니다.

넷째,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가 아른거린다. “정책의 최종적 결정 권한은 대통령에게” 있다고 단언하는 대목에서 만기친람하는 대통령의 독선이 다시 느껴진다. “정책 결정은 훨씬 더 복잡한…신 사무관이 알 수 없는 과정을 통해 이뤄진다”는 언급은 행정 공무원을 집행 수단 정도로 치부하고 신적폐를 쌓고 있는 내로남불의 극치를 보여준다. 절대적 권력은 절대로 부패한다던가. 우리는 역사로부터 어떤 교훈을 배우고 있을까.

양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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