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업계가 카카오의 승차공유 서비스 ‘카풀’에 극력 반대하는데다 최근 잇따른 택시기사 분신으로 지난 15일 카카오는 카풀 시범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카카오가 한발 물러나면서 대화의 물꼬는 트였지만 사납금 폐지와 완전월급제 등 택시기사 처우개선에 대한 정부와 업계의 입장 차이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업계는 완전월급제에 따른 지불 능력이 없어 정부 보조금이 투입되면 수용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완전월급제 시행 재원은 택시업계의 수익성 개선으로 마련할 수 있다”며 정부 보조에 대한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보조금 지급을 통한 완전월급제 찬성 측은 사납금을 채우기 위해 혹사당하는 택시기사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개선하려면 완전월급제가 최선이며 정부가 엄격한 실사를 거쳐 지원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대 측은 택시업계에 이미 각종 보조금과 세금혜택이 주어지고 있으며 보조금이 결국 ‘좀비기업’ 연명에 악용돼 택시업계의 혁신을 막을 것이라고 반박한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택시 서비스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벌써 두 분의 택시 기사님들이 카카오 카풀에 항의하며 유명을 달리하는 비극도 있었다. 사회 일각에서는 이를 신기술의 발전, 미래사회로의 진입을 거부하는 기성집단의 반발로 보는 시각도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최근 택시노동자들의 반발을 산업혁명 초기에 기술문명을 거부했던 일부 직업집단의 저항과 똑같다고 할 수 있을까.
언뜻 보기에는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는 외양이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산업혁명 초기의 야만적 자본주의를 우리가 답습해서는 안 될 것이다. 택시회사와 택시 노동자들은 그저 신기술·신경제에서 속수무책으로 사라져야 할 대상이 아니라 우리 사회와 민주공동체의 귀중한 구성원 중 하나로서 그들의 가치와 역할은 존중받아 마땅하다. 그것이 바로 야만과 문명의 차이, 정글과 사회의 차이이기도 할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 국민들은 택시에 대한 크고 작은 불만이나 불쾌한 경험이 많이 있었기에 최근 택시업계나 택시 노동자들의 집단행동에 우호적이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특히 출퇴근 심야 시간에 택시를 잡기 어려워 고생해본 국민들은 출퇴근 및 심야 시간대라도 안전함이 보장된다는 전제하에 카카오 카풀이 도입돼야 한다는 의견도 매우 많은 상황이다.
그래서 택시에는 많은 변화와 개혁이 불가피하기도 하다. 또 성큼 다가오고 있는 자율주행 시대에도 대비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그러한 변화에 우리가 순응한다 해도 발달된 기술의 지원을 받아 택시 수요가 공급을 압도하는 시점에 한해 카풀 서비스를 허용한다 해도 택시회사나 택시 노동자를 무조건 사지로 내모는 점을 방치하는 것을 우리 사회가 쉽게 허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
열악한 상황의 택시 노동자들이 밤낮으로 대략 14만~15만원 안팎이나 되는 사납금을 채우는 것에 내몰리다 보니 승차거부·불친절·과속난폭 운전 등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그래서 수십년 전부터 사납금을 폐지하고 택시 노동자들에게 안정적인 매달 수입을 보장해주는 완전월급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사회적 논의가 계속됐던 것이다. 실제로 우리 사회는 관련 법을 개정해 택시의 운송수입은 사납금 방식으로 납부받을 것이 아니라 전액 회사가 환수·관리해 사용하라는 취지로 ‘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제21조 1항·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운송사업자는 운수종사자가 이용자에게서 받은 운임이나 요금의 전액을 그 운수종사자에게서 받도록 규정)’까지 도입했다. 사실상 월급제를 강제한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제도는 거의 현실화되지 않았고 회사택시 노동자들 대부분은 지금도 사납금을 채우는 데 급급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카카오 카풀 허용 여부와 상관없이 또는 카카오 카풀이 향후 허용되는 조건이라면 더더욱 사납금도 채우기 어려운 실정이 될 것이며 따라서 최저임금도 못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택시 노동자를 위한 지원 조치가 반드시 취해져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택시 운송수입 전액을 회사로 입금해 관리하게 하고 거기서 최소한의 안정적 생활이 가능한 최저임금 이상의 월급을 정기적으로 지급하게 하는 완전월급제가 대안으로 급부상하는 것이다. 문제는 택시회사들이 완전월급제를 시행하는 데 어려운 조건에 있다고 토로하는 것인데 그렇다면 여기서 대안은 하나다. 택시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 이상의 완전월급제·적정월급제를 보장하고 정부와 지자체의 엄격한 실사를 통해 이를 지키기 어려운 조건이라는 점이 확인된 택시회사들과 노동자들에게는 적정한 월급의 일부를 공적자금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이는 이미 버스에도 도입되고 있고 최근 최저임금 인상분에 대한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도 시행되고 있기에 사회공동체를 위해 꼭 필요한 정책이라면 이를 택시에도 적용해야 할 것이다. 안전하고 친절한 택시, 출퇴근 및 심야 시간에도 승차거부 없이 신속하게 이용할 수 있는 택시를 원한다면 우리 사회가 그것이 가능한 조건에 투자해야 할 것이다. 민간 영역에 대한 세금 지원은 몹시 신중해야 하지만 국민들의 안전하고 신속한 교통 서비스를 위해서라면 국민들에게 중요한 기본권인 교통기본권과 교통 공공성의 실현을 위해서라면 엄격한 실사를 거쳐 지원 조건을 충족하는 경우 택시에 대해 세금 지원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