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정책

[대한민국 생존 리포트 ⑤경제] 일자리 창출 주역 민간인데...韓은 '국가가 최대 고용주'

공무원 5년간 17.4만 충원땐

5년간 누적 인건비만 17조 넘어

공기관 '단기 일자리'도 한계

고용 '재정 만능주의' 버려야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을 보면 임기 5년간 늘어나는 공무원은 17만4,000명이다. 이들의 인건비만도 2018~2022년 5년간 17조원을 넘어선다. 공무원연금을 고려하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인사혁신처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채익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제출한 ‘공무원 충원계획(2018~2022년)에 따른 공무원연금 장기 재정 추계 결과’에 따르면 향후 70년간 공무원연금 부족분 약 21조231억원을 정부가 추가로 보전해야 한다. 지금도 국민의 혈세인 예산으로 공무원연금을 지급해 ‘형평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앞으로는 공무원연금이 나라 곳간을 짓누르는 주범이 될 수 있다는 경고인 셈이다.

정부 주도의 일자리 창출은 ‘재정만능주의’ 사고에서 비롯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규제를 풀어 민간 투자를 유도하고 민간 일자리를 늘리는 것을 최우선 정책으로 삼아야 하는데 5년의 단기 성과에 집착해 혈세로 일단 해결해보자는 사고가 오히려 민간의 투자와 일자리를 위축시키는 ‘구축 효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재정만능주의의 폐해는 문재인 정부 첫해부터 드러났다. 지난해 막대한 재정을 쏟아붓고도 최악의 고용성적표를 받아든 것이 단적인 예다. 지난해 전체 경제활동인구 2,789만5,000명 가운데 취업자 수는 2,682만2,000명으로 9만7,000명 느는 데 그쳤다. 지난 2015~2017년 3년 평균 취업자 증가가 27만6,000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3분의1 토막에 불과했다. 정부 지원금 등이 들어가는 공공행정(5만2,000명), 보건·사회복지(12만5,000명)는 취업자 수가 크게 늘었음에도 최저임금 인상에 민감한 도소매(-7만2,000명), 숙박·음식점(-4만5,000명), 사업시설관리(-6만3,000명) 등 3대 업종에서만 18만개의 일자리가 날아갔고 비교적 양질의 일자리인 제조업에서도 주력업종 구조조정의 여파로 지난 한해 5만6,000개의 일자리가 줄었기 때문이다. 고용위축 우려가 컸음에도 2년 연속 10% 이상씩 최저임금을 올리고 근로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던 것은 재정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고 이를 메울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로 결론이 난 것이다. 일각에서는 공공일자리 확대로 취업준비생들이 일제히 공공 부문으로 몰리면서 민간에서는 사람 찾기가 어려워졌다는 하소연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파열음도 곳곳에서 들려왔다. 적자를 거듭하고 있는 공공기관에 단기 일자리를 만들라는 정부의 압박이 대표적이다. 추경호 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주요 공기업 35곳의 영업이익은 2016년 19조7,000억원에서 2017년 13조1,000억원으로 6조6,000억원 줄었다. 같은 기간 매출액 순이익률은 6.1%에서 2.7%로 떨어졌다. 이 와중에도 정부는 공공기관에 단기 일자리 창출계획 제출 공문을 보내 ‘일자리 분식’이라는 비판을 자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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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중심의 일자리 창출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게 문제다. 실제 여력이 바닥난 공기업들은 2019년 채용 규모를 지난해보다 줄이겠다고 밝혔다. 실제 한전KPS는 지난해 정규직 484명을 채용했지만 올해는 51.4% 줄어든 235명을 뽑을 계획이고 한전은 지난해 대비 276명 감소한 1,547명을 선발할 계획이다.

2년 연속 최저임금 인상률을 두자릿수로 설정하고 이를 보조하겠다며 지급하는 일자리안정자금의 이면에도 복마전이 있었다. 근로복지공단 직원들이 실적을 채우기 위해 마구잡이식 집행을 한 결과 지원 대상이 될 수 없는 사업주의 직계 존비속에게도 안정자금을 지급하는 등 졸속행정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안상훈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서비스라는 것은 민간에서 창발적·자율적으로 개인 수요에 대응해 나와야 하는 것”이라며 “공공 부문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1960년대 서구 선진국이 했던 방식을 답습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세종=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

박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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