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통신장비 업체인 중국 화웨이가 미국 업체의 기술을 탈취한 혐의로 미 법무부의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는 30~31일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이 예정된 가운데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이 캐나다에서 대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체포된 사건 이후 미 사법당국이 화웨이를 타깃으로 기소 카드까지 들고 나오면서 양국 간 무역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안에 정통한 여러 소식통을 인용해 “화웨이가 사업협력 관계에 있던 미국 T모바일 등으로부터 기술을 탈취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며 “현재 수사가 진행되고 있어 조만간 기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앞서 T모바일은 지난 2014년에 화웨이 직원들이 워싱턴주 벨뷰에 위치한 회사 연구실에서 스마트폰 테스트 로봇인 ‘태피(Tappy)’ 관련 기술을 훔쳤다며 시애틀에 있는 연방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에 2017년 연방 배심원단은 화웨이가 T모바일의 로봇 기술을 탈취했다고 판결하며 T모바일에 480만달러(약 53억7,744만원)를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당시 화웨이는 법원의 결정에 반발했지만 직원 2명이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는 점은 인정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중 무역협상을 앞두고 미 법무부가 직접 화웨이 수사에 나서 주목된다. 화웨이는 스파이와 기술 절도 등의 혐의로 미국은 물론 서방 동맹국들의 견제도 받고 있다. 미국은 동맹국들에 화웨이 보이콧 동참을 요구, 호주와 뉴질랜드·일본 등이 합류했다. 영국에서는 해외정보국(MI6) 수장에 이어 국방부 장관까지 나서 공식적으로 화웨이 5G 장비에 대한 안보 우려를 제기했고 체코 정부는 최근 보안 우려를 이유로 자국 공무원들에게 화웨이 제품을 사용하지 말라는 명령을 내렸다.
게다가 이날 미국 의회에는 미국의 제재와 수출통제법을 위반한 화웨이와 ZTE 등 중국 통신기업들에 미국이 반도체와 중요 부품을 판매할 수 없도록 금지하는 법안까지 마련해 대중 전방위 압박을 가했다. WSJ는 “이번 수사는 중국 기업의 지식재산권 절도와 기술 강제이전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 중국에는 또 다른 악재로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핵심 경제참모인 류허 부총리는 30∼31일 무역협상을 위해 워싱턴DC를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