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검찰 '사법농단' 양승태 구속영장 청구…혐의 40여개

징용재판 관련 김앤장에 기밀정보 전달 혐의

행정처 비판성향 판사엔 인사불이익도 지시

사상 처음으로 전직 대법원장으로서 검찰 조사를 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징용소송 재판거래 의혹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혐의를 사실상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사상 처음으로 전직 대법원장으로서 검찰 조사를 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징용소송 재판거래 의혹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혐의를 사실상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검찰은 18일 법원행정처가 민감한 재판에 불법으로 개입하고 특정 성향의 판사를 사찰해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데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지시와 개입이 있었다고 판단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사법부 수장으로서 여러 혐의사실을 단순히 보고받고 승인한 차원을 넘어 개별 사건에 양 전 대법원장이 직접 관여한 정황이 밝혀졌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11∼15일 세 차례 양 전 대법원장을 소환해 조사했다. 조사에서는 그가 불법행위를 직접 지시하거나 보고받은 정황이 비교적 뚜렷한 혐의사실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대표적인 사안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낸 민사소송 개입 의혹이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양 전 대법원장은 강제징용 재판 진행과 관련해 대법원이나 헌법재판소의 내부 정보를 일본 기업을 대리한 김앤장 법률사무소 측에 넘긴 정황이 파악됐다. 검찰은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압수수색해 김앤장 변호사와 양 전 대법원장 간 면담결과가 담긴 내부 보고문건을 물증으로 확보한 바 있다.


검찰은 이 사실만으로도 공무상비밀누설죄가 성립한다는 입장이다. 나아가 검찰은 “배상 판결이 확정되면 국제법적으로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재판부에 제시하는 등 재판개입과 관련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도 제시했다.

양 전 대법관의 핵심 혐의 중 또 다른 하나는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이다. 검찰은 법원행정처가 2012년부터 2017년까지 매해 사법 행정이나 특정 판결에 비판적인 판사들을 모은 이른바 ‘물의 야기 법관 인사조치’ 문건을 작성한 사실을 확인했다. 법원행정처 차장·처장과 대법원장이 차례로 서명한 이 문건은 이름이 오른 판사들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기 위해 만든 것으로, 사실상 판사 블랙리스트라고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 문건의 내용 및 실행과 관련해 기본 사실관계는 인정했지만 정당한 인사권한을 행사했으므로 죄가 아니라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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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처음으로 전직 대법원장으로서 검찰 조사를 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징용소송 재판거래 의혹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혐의를 사실상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사상 처음으로 전직 대법원장으로서 검찰 조사를 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징용소송 재판거래 의혹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혐의를 사실상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양 전 대법원장은 재판부 배당에 개입한 혐의도 받았다. 이 혐의에 대해 법원행정처가 2015년 11월 옛 통합진보당 의원들이 낸 지위확인소송에서 사건번호를 미리 비워두는 방식으로 2심 재판이 특정 재판부에 배당되도록 조작한 사실이 검찰 조사에 의해 밝혀졌다. 당시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당시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1심 판결이 자체적으로 세운 판단 기준에 어긋나게 나오자 “어떻게 이런 판결이 있을 수 있느냐. 법원행정처 입장이 재판부에 제대로 전달된 것이 맞느냐”며 불만을 표했다.

양 전 원장은 이밖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통보처분 관련 행정소송,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댓글공작 사건, 헌법재판소 내부정보 유출, 비자금 조성 등 40여개 혐의사실에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과 공모해 관여한 의혹도 받고 있다.

검찰은 작년 6월 이후 7개월간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하며 전·현직 판사 100여명을 조사해 다양한 진술과 물증을 확보했다. 그러나 양 전 원장은 검찰 조사에서 “기억나지 않는다”거나 “실무진이 알아서 한 일”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 전 원장의 구속영장 심사에서 드러날 법원의 혐의 소명 여부 판단을 통해 향후 본 재판의 전개 양상을 가늠해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다원 인턴기자 dwlee618@sedaily.com

이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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