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중부의 파열된 송유관에서 지난 18일(현지시간)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해 적어도 73명이 숨지고 74명이 부상했다. 당초 사망자는 최소 20명, 부상자는 54명으로 알려졌으나 급격히 늘어났다. 등록된 실종자가 85명에 달해 사상자 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9일 텔레비사 등 현지 언론과 A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불은 전날 오후 늦게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북쪽으로 100km 떨어진 이달고 주 틀라우엘릴판에서 기름 도둑들이 석유를 훔쳐가려고 구멍을 뚫어놓은 송유관에서 발생했다. 사상자는 근처에 사는 지역 주민들로, 깨진 송유관에서 흘러나오는 석유를 양동이 등에 담다가 화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언론은 사고 당시 몸에 불이 붙은 채로 뛰어가고 부상으로 괴로워하며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의 처참한 모습을 영상으로 공개하기도 했다.
당국은 폭발 원인 조사에 나섰지만 현재까지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AMLO·암로) 대통령은 이날 오전 정례 브리핑에서 “검찰이 수사에 착수할 것”이라면서 “개인이나 단체가 폭발을 고의로 일으켰는지 등을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국민을 믿고 신뢰한다”면서 “고통스럽고 안타까운 교훈을 통해 국민이 이런 관행과 거리를 두게 될 것을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오마르 파야드 이달고 주지사는 현지 방송에서 “현재까지 우리가 아는 것은 사고 지역이 기름 절도범들이 불법적으로 기름을 빼가는 곳이라는 점”이라고 밝힌 바 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이처럼 석유 절도 행위가 급증하자 지난달 석유 절도와의 전쟁을 선언한 바 있다. 이에 송유관 경비에 군을 투입했으며 주요 송유관의 가동도 중단하고 구멍 보수 작업 등을 벌였다. 대다수 국민이 로페스 오브라도르 정권의 석유 절도와의 전쟁을 지지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계를 중심으로 일각에선 연료 부족 사태로 인한 부정적인 경제적 파급 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멕시코 당국은 국영 석유 기업 페멕스가 운영하는 송유관에 구멍을 내거나 내부 직원의 공모 아래 정유소와 유통센터 저유소에서 몰래 빼돌려지는 석유가 연간 30억 달러(약 3조4,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한편 지난 2010년 12월에도 멕시코 중부에서 석유 절도에 따른 송유관 폭발이 일어나 어린이 13명을 포함해 28명이 목숨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