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이 같은 디지털 뱅킹 교체 계획을 마련해 실행 작업에 착수했다. 손 회장은 최근 지주사 출범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올해는 디지털 분야에 인력과 예산을 과감히 투입하겠다”며 디지털 퍼스트 전략을 공식화한 바 있다. 휴렛팩커드(HP), 하나투자금융 최고정보책임자(CIO) 등을 거친 외부 인재인 황원철 최고디지털책임자(CDO)를 지난해 영입한 것도 손 회장의 작품이다.
새롭게 선보이는 위비뱅크의 주 고객층은 20~30대로 설정했다. 대신 현재 예금·대출·외환·보험·펀드 등으로 다소 복잡하게 구성된 서비스는 송금과 외환 등으로 단순화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의 한 관계자는 “위비뱅크 같은 비대면 채널에서 최대한 많은 고객을 확보하는 게 디지털 뱅킹의 최우선 과제”라고 설명했다.
위비뱅크와 우리은행이 확보한 고객과 각종 데이터를 핀테크 업체에 수수료 한 푼도 받지 않고 공개하는 과감한 실험도 준비하고 있다. 핀테크 업체가 위비뱅크 플랫폼을 활용해 다양한 영업활동을 해볼 수 있도록 ‘놀이터’를 마련해주는 셈이다.
그동안 신생 핀테크 업체들은 기술이나 아이디어가 좋아도 마케팅 노하우나 자금이 부족해 고객을 확보해보지도 못하고 고사(枯死)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위비뱅크 플랫폼에서 영업에 나서면 수백만의 고객을 단숨에 끌어들일 수 있어 기술력이나 아이디어를 객관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게 된다. 우리은행은 이 과정에서 신행 업체들에 브랜드 사용료나 발생 이익에 대한 수수료를 받지 않고 핀테크 회사가 성공을 거둬 위비뱅크에서 독립해 나가는 경우에 대비한 별도의 구속조항도 걸지 않을 방침이다. 핀테크 회사가 위비뱅크 플랫폼에서 성공을 거두면 우리은행 입장에서는 그만큼 모바일 고객이 늘어나는 것이므로 서로 ‘윈윈’이라는 것이다.
우리은행은 이 밖에 자체 모바일 서비스가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들과 경쟁할 수 있도록 브랜드명도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이 경우 브랜드 교체에 부가적인 비용이 발생해 그룹 차원에서 다음달 중 최종 판단을 내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