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우리 경제 버팀목인 수출이 예상보다 빠르게 식으면서 올해 경제성장률이 2% 중반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83개월간 이어져 온 무역흑자 행진도 위태롭다. 여기에 최대 수출 대상국인 중국의 경기 둔화로 대중 수출까지 고꾸라지면 우리 경제가 출구 없는 부진에 빠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반도체발 타격…수출 2개월 연속 감소할 듯=지난 2017년 말 67%에 달했던 증가율이 지난해 하반기 들어 30~40%로 눈에 띄게 둔화했다. 지난해 11월에는 11.7%로 위축됐고 지난달에는 -8.3%를 기록했다. 반도체가 이달 1~20일에도 28.8% 줄어든 점을 감안하면 2개월 연속 전체 수출 감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수출이 2개월 연속 감소하는 것은 2년4개월 만이다.
반도체 수출이 꺾인 것은 기본적으로 공급 과잉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는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들의 공격적인 데이터센터 증설 덕에 정점을 찍었던 반도체 수요가 주춤하면서 가격이 급락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해 말 PC용 D램(DDR4 8Gb) 가격은 평균 7.25달러로 연초 대비 약 10% 하락했다. 한때 5.6달러까지 치솟았던 메모리카드·USB용 낸드플래시(128Gb MLC) 가격도 4.66달러까지 떨어졌다.
반도체 시장 자체의 수급 이슈에 더해 중국 경기 둔화도 결정타였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 성장이 둔화하면서 대(對)중국 수출이 줄었다. 우리나라 최대 수출 대상국이기도 한 중국의 경제성장이 예전만 못하면서 이번 달 1~20일 중국으로 향한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2.5% 감소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런 수출 흐름이 이어진다면 정부가 내다본 2.6~2.7% 경제성장도 불투명하다”고 지적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지금 나타나고 있는 반도체와 석유화학 등 주력 제품의 수출 마이너스 흐름이 이어진다면 정부의 성장률 목표치를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비상 걸린 정부…부랴부랴 전략회의·간담회 소집=정부는 수출이 위축되면서 1~20일 16억달러 적자를 낸 무역수지가 월간 기준으로는 흑자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월말에 수출 물량이 집중되는 특성 때문이다. 무역수지는 2012년부터 83개월째 흑자를 기록 중이다.
그러나 중국 경제성장률 둔화와 반도체 공급 과잉 우려에 따른 가격 하락 등이 겹치면서 올해 수출 전망은 밝지 않다. 고광희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중국 경제성장 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 반도체 가격 하락에 따른 수출 둔화 등이 맞물려 있어 전망 자체가 밝지는 않다”고 말했다. 여기에 반도체와 함께 주력 수출 품목인 석유화학제품도 24% 급감하면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석유화학제품은 지난해 6월 수출 증가율이 68.7%에 달했지만 지난달에는 6.8%로 쪼그라들었다. 수출 양대 품목이 휘청이는 것이다. 수입도 이달 1~20일 273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9.5% 줄었다. 특히 반도체 제조용 장비가 62.5% 급감했다.
수출 상황이 심상치 않자 정부도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이날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주재로 개최한 첫 민관 합동 수출전략회의에서 권역별 수출 10% 증대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 반도체와 일반기계 업계의 무역보험 지원 확대 요청도 받아들여 앞으로 2개월간 주력시장과 신흥시장에서의 무역보험 한도를 최대 두 배까지 늘려주기로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부 대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수출이 위기에 처한 배경에 통상 같은 외부 요인도 있지만 산업경쟁력 약화와 인건비 상승 등의 내부 요인이 크다”면서 “정부가 이런 부분에 주목해야 충격을 만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