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작년 성장률 6년來 최저] 민간 활력 저하가 성장 끌어내려 "재정 버티기 곧 한계"

건설투자 -4%...20년만에 최저

中 성장둔화 등 대외환경도 암울

민간투자 못 이끌면 더 나빠질듯

1인당 소득은 3.1만달러 돌파

2만달러 돌파 후 12년이나 걸려

박양수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이 22일 서울 중구 한은 기자실에서 2018년 4·4분기와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 속보치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박양수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이 22일 서울 중구 한은 기자실에서 2018년 4·4분기와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 속보치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가 하향 우려 속에서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그나마 2.7%라도 달성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연말 재정 투자가 집중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4·4분기 전기대비 1.0%라는 ‘깜짝 성장’의 기여도를 따져보면 정부 역할이 무려 1.2%포인트로 10년(39분기)만에 가장 높았다. 꺼져가는 경기를 재정으로 떠받친 셈인데, 문제는 정부 역할에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점이다. 올해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과 반도체 수출 둔화까지 예상되는 상황에서 민간 투자가 계속 숨죽인 모습을 이어간다면 경제는 더 악화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동향분석팀장은 “정부 재정으로 성장률을 받치고 있지만 한계가 있는 만큼 기업이 실제 투자에 나설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은이 22일 발표한 ‘2018년 4·4분기 및 연간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투자 실종이다. 건설투자(-4.0%)는 외환위기 이후 20년 만에 가장 부진했고 설비투자(-1.7%)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9년 만에 최저였다. 불확실한 대외 환경과 치솟는 인건비, 소득주도성장 중심의 경제정책이 투자 의지를 꺾으면서 2017년(3.1%)보다 성장률을 0.4%포인트나 끌어내렸다. 한은과 정부는 지난해 초만 하더라도 2년 연속 3% 성장을 자신했지만, 기업 등 민간 부문이 자취를 감추며 성장 엔진이 급격히 식은 것이다.






그나마 민간소비는 2.8% 늘며 비교적 양호했다.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로 민간 의료비가 늘고 일과 생활의 균형을 중시하는 ‘워라밸’ 문화 확산에 오락·문화 소비가 증가한 영향이다. 그러나 내수가 살아나 생산과 투자를 늘리는 선순환은 나타나지 않았다.

투자와 내수가 힘을 못 쓰는 가운데 그나마 우리 경제를 지탱한 건 수출(4.0%)과 정부소비(5.6%)였다. 정부는 지난해 428조8,000억원에 달하는 수퍼 예산안에 3조8,000억원 규모 일자리 추가경정예산까지 쏟아냈지만, 결과는 6년 만에 가장 낮은 성장률이었다.


지난해 실질 국내총소득(GDI) 증가율은 1.1%로 10년 만에 최저였다. 유가 상승 등 교역조건 악화로 인해 경제성장률을 한참 밑돌았는데, 이 역시 소비 개선을 제약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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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4분기만 놓고 보면 전기대비 1.0%, 전년동기대비 3.1% 성장하며 기대보다 높은 성과를 냈는데, 추세적 회복보다는 일시적 반등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정부소비는 전기 대비 3.1% 증가하며 2010년 1·4분기 이후 35분기 만에 가장 높았지만 이는 지난해 6월 지방선거로 지방자치단체 집행부가 새로 꾸려지며 하반기 사업비가 막판에 몰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지방정부 집행이 늦어진 점을 고려하면 하반기는 분기당 전기대비 0.8% 증가해 잠재성장률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4·4분기 민간부문 성장 기여도가 -0.3%포인트로 성장률을 오히려 낮췄다는 점 역시 ‘깜짝 성장’에 대한 과도한 기대감을 떨어뜨리는 부분이다.

관심은 올해로 쏠린다. 정부는 지난해 말 올해 경제성장률을 2.6~2.7%로, 한은은 2.7%로 예상했다. 정부는 올해에도 지난해보다 9.5% 증가한 469조6,000억원의 예산을 쏟으며 경기 방어에 나설 태세지만 대외 환경은 곳곳에 암초가 가득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21일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3.5% 종전대비 0.2%포인트 낮췄다. 중국은 지난해 28년 만에 가장 낮은 6.6% 성장에 그치며 올해 우려를 키웠다. 반도체 수출은 이달 1~20일 전년동기 대비 28.8%나 감소했다. 세계 경제에 기대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경제 앞날이 캄캄한 셈이다. 이에 따라 오는 24일 한은이 새해 경제전망에서 성장률 전망치를 낮출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른다. 이날 경제분석기관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올해 수출 악화를 고려해 한국 성장률을 2.3%로 내다봤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출 둔화와 대외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올해 2% 중반대가 예상된다”며 “민간이 적극적으로 투자할 환경을 만들지 못하면 성장률 회복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이날 속보치를 토대로 환율을 고려해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3만1,000달러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아직 명목 GDP가 발표되지 않았고 현재 국민계정 기준년 개편 작업을 하고 있어서 변동이 있을 수 있지만, 최소한 3만1,000달러는 웃돈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우리나라는 2006년(2만795달러)에 2만달러 시대에 진입했지만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3만달러 돌파까지 꼬박 12년이 걸렸다.


임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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