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관치금융 하지 말라고 하더니..."당국수장 면담" 요구한 노조

인수 앞두고 구조조정설 나오자

당국 끌어들여 방패막이로 활용

필요땐 官 불러들이는 관행 여전

TF 결과따라 압박강도 높일듯

2315A11 신한생명오렌지라이프경영실적



신한금융지주의 오렌지라이프 인수를 앞두고 셈법이 복합해진 신한생명 노조가 최종구 금융위원장에게 면담을 요청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평소에는 관치 개입을 극도로 반대하면서도 정작 인수합병(M&A) 과정에서 감원 등 구조조정 우려가 예상되다 보니 당국을 불러들여 방패막이로 쓰려고 한다는 것이다. 신한생명 노조는 피인수 업체인 오렌지라이프 사장을 신한생명 사장에 내정한 것을 놓고도 반대하고 있어 통합 과정에서 노조의 목소리를 키우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최종 합병까지 3년 가까이 남아 있지만 신한생명 노조가 벌써부터 전선을 만들면서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생명 노조는 신한금융지주와 신한생명, 오렌지라이프가 참여하는 ‘보험 사업라인 경쟁력 강화 태스크포스(TF)’ 첫 회의에 앞서 최 위원장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금융위원회는 “현재까지 면담 요청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밝혔지만 노조 측은 최 위원장과의 면담을 성사시켜 앞으로 있을 TF 회의나 사측과의 합병 논의 과정에서 압박 카드로 활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 TF는 기존의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두 보험사가 시너지를 내기 위한 사업 방향 등을 모색하게 된다.


신한생명 노조가 최 위원장 면담을 요청했던 것은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합병 과정에서 부상할 감원 등 인적 구조조정 이슈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정문국 내정자는 과거 알리안츠생명보험(현 ABL생명), 에이스생명보험(현 처브라이프생명), ING생명(현 오렌지라이프) 등을 거치면서 철저한 성과급을 바탕으로 한 실적성장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노조가 긴장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신한생명 노조는 “정 내정자는 보험 전문가가 아닌 구조조정 전문가”라며 “적임자가 아니니 내정 인사를 철회하라”고 반발하고 있다. 보험 업계의 관계자는 “정 내정자의 경우 과거 거쳐 간 보험사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철저한 성과급 도입을 노력해온 것이지 (노조가 주장하는) 감원 등과 같은 일반적인 구조조정을 해온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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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지주가 TF를 꾸려 통합 이후의 사업 방향 등을 논의하겠다며 밀고 나가자 신한생명 노조가 최 위원장과의 면담을 회사 측을 압박하기 위한 지렛대로 활용하려고 한다는 관측이다. 신한금융지주 임원들은 당국이 최근 오렌지라이프 인수 인가를 내기 전에 최 위원장이 신한생명 노조와 면담한 사실이 있는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노조가 당초 의도한 대로 최 위원장 면담 사실을 공개하며 사측을 압박하면 합병 작업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어서다. 신한금융지주 관계자는 “아직 두 계열사의 합병이 먼 얘기이고 신한생명 구조조정 방침이 확정된 것이 아닌데 정 내정자의 평판 때문에 노조 측의 우려가 더 큰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해 3·4분기 기준 신한생명의 총자산이익률(ROA)은 0.54%로 오렌지라이프의 1.11% 대비 절반 정도다. 보험사의 건전성을 보여주는 지급여력비율(RBC)도 신한생명은 201.4%로 오렌지라이프의 438.1%의 2분의1이다. 그만큼 효율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신한생명의 자산은 생명보험 업계 8위로 31조2,110억원, 오렌지라이프는 32조3,461억원으로 둘을 합치면 총자산 규모는 63조5,571억원으로 4위인 NH농협생명(64조5,339억원)의 바로 뒤를 잇는 5위가 된다. KB금융으로부터 빼앗긴 ‘리딩금융’ 자리를 탈환하려는 신한금융지주가 오렌지라이프 인수를 계기로 치고 나가려고 하는 상황에서 노조의 반발이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손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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