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리뷰-디바 디도나토 첫 내한] 그녀의 노래…세상을 어루만지네

1부 전쟁·2부 평화 주제 공연

전쟁의 슬픔 몸짓으로 표현도

공연 끝난후 관객에 '사인행사'

'현존 최고 메조소프라노' 증명

미국 메조소프라노인 조이스 디도나토가 21일 저녁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공연에서 아리아를 부르고 있다. /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미국 메조소프라노인 조이스 디도나토가 21일 저녁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공연에서 아리아를 부르고 있다. /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



미국 메조소프라노인 조이스 디도나토(49·사진)의 첫 내한 공연은 왜 그가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프리 마돈나인지를 여실히 증명하는 무대였다. 하늘이 내린 듯 고운 그의 목소리와 화려한 퍼포먼스는 시린 겨울밤을 뜨겁게 달구기 충분했다. 장장 두 시간에 이르는 공연을 마치자 홀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일제히 “브라바 디도나토!”를 연호하며 거장의 원숙한 기량에 기립박수를 보냈다.

지난 21일 저녁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내한 공연에서 디도타토는 2017년 발매한 음반 ‘인 워 & 피스(In War & Peace·전쟁과 평화 안에서)’에 수록된 헨델과 퍼셀의 레퍼토리를 중심으로 무대를 꾸몄다. ‘전쟁’이라는 소제목이 붙은 1부에서는 오페라 ‘리날도’ 중 ‘나를 울게 하소서’, 오페라 ‘예프타’ 중 ‘공포의 장면, 재앙의 장면’ 등을 불렀다. 제목에 걸맞게 음울하고 어두운 가사의 아리아가 주를 이뤘고 무대 연출 역시 최소한의 조명만 밝힌 채 전체적으로 어둡게 처리하면서 암울한 디스토피아의 분위기를 자아냈다. 한국 관객에게 천상의 목소리를 아낌없이 선사한 디도나토는 이탈리아 출신의 체칠리아 바르톨리와 함께 양대 메조소프라노로 통하며, 다소 늦은 나이인 36세에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에 데뷔한 이래 세계 무대를 누비며 그래미상과 올리비에상, 그라모폰상 등을 휩쓴 거장이다.


이날 공연에서 디도나토의 아름다운 성량만큼 돋보인 것은 하나의 장르로 규정하기 힘든 독특한 형식이었다. 지난 2012년 창단된 고음악 단체인 ‘일 포모 도로 앙상블’이 연주를 맡은 가운데 아르헨티나 출신의 무용수인 마누엘 팔라초가 공연 내내 무대의 이편저편을 오가며 격정적인 몸짓을 선보였다. 디도나토 역시 목소리로만 승부를 하는 대신 팔라초와 함께 적극적으로 몸을 움직이며 공연의 몰입도를 높였다. 1부의 우울한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는 무대 한구석에 엎드려 누우며 전쟁이 초래하는 슬픔과 절망을 온몸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선율이 곁들여진 모노드라마처럼 보이기도 하고, 힘찬 몸짓이 가미된 독창회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무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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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메조소프라노인 조이스 디도나토가 21일 저녁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공연을 마친 후 마이크를 잡고 관객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다. /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미국 메조소프라노인 조이스 디도나토가 21일 저녁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공연을 마친 후 마이크를 잡고 관객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다. /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


‘평화’를 기치로 내건 2부에서는 공연의 기조가 확 달라졌다. 오페라 ‘리날도’ 중 ‘노래하는 귀여운 새들아’, 오페라 ‘인도의 여왕’ 중 ‘그들이 당신에게 하늘의 전능함을 말해줄 것입니다’ 등 밝고 따뜻한 가사의 아리아가 줄줄이 무대에 울려 퍼졌다. 조명 역시 1부와 비교해 확연히 밝아지면서 2부 후반부에는 바닥에서 쏘아 올린 빛의 입자가 하얀 눈송이처럼 무대 천장을 가득 채우면서 평화가 충만한 새 시대의 희망을 표현했다.

관객들의 열화와 같은 함성에 준비된 공연이 끝난 후 두 곡의 앙코르를 소화한 디도나토는 직접 마이크를 잡고 객석에 감사의 표시를 직접 전하기도 했다. 그는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는 해외 투어 중에 한국을 찾게 돼서 너무나 행복하고 감격스럽다”고 벅찬 목소리로 소감을 말했다. 이어 그는 공연장 로비에서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길게 늘어선 관객들에게 일일이 사인을 해주며 화끈한 팬 서비스를 제공했다.

나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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