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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리스트 이정란 "메소드 연기하는 배우처럼…작곡가의 숨결을 연주하죠"

■26일 예술의전당서 독주회

"음악 의도, 관객에 전달이 임무

슈베르트·멘델스존 작품 들려줘

늦어도 내년초 앨범 발매할 것"

첼리스트 이정란



“캐릭터에 몰입해 ‘메소드 연기’를 펼치는 배우들처럼 지금은 이 세상에 없는 작곡가의 숨결을 느끼며 그가 만든 음악의 의도를 오롯이 관객에게 전달하는 게 연주자의 임무라고 생각해요.”

오는 2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독주회를 여는 첼리스트 이정란(36·사진)은 최근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의 한 카페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2017년과 2018년 두 차례에 걸쳐 베토벤 전곡을 연주하면서 특정 작곡가에 초점을 맞추고 깊이 연구하는 작업이 음악적으로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서울시향 부수석 출신으로 한국에서 가장 바쁜 첼리스트 중 한 명으로 통하는 이정란은 이번 독주회에서 슈베르트와 멘델스존의 작품을 들려준다. 1부에서는 슈베르트의 연가곡집 ‘겨울 나그네’ 중 ‘밤인사’ ‘보리수’ ‘봄날의 꿈’과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등을 연주한다. “베토벤이 죽기 직전 ‘나의 뒤를 이어 세계를 놀라게 할 작곡가’라고 인정한 인물이 바로 슈베르트예요. 때문에 베토벤 전곡 연주를 마친 다음 자연스럽게 슈베르트가 떠올랐죠. 슈베르트는 첼로를 위한 소나타를 따로 작곡하지 않았기 때문에 첼리스트 입장에서 기교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어려서부터 수없이 연습해온 작품인 만큼 이번에 멋진 연주를 해보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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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하고 우수에 가득한 슈베르트의 작품으로 구성된 1부가 끝나면 분위기가 확 바뀐다. 멘델스존의 ‘첼로 소나타 2번’과 ‘협주적 변주곡’이 무대에 오르는 2부에서는 희망적이고 활기찬 멜로디가 내내 이어진다. “멘델스존은 슈베르트와 동시대를 산 인물이며 두 사람 모두 30대에 요절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어요. 하지만 이것 말고는 비슷한 점이 하나도 없어요. 슈베르트와 달리 멘델스존은 아주 유복한 환경에서 성장했는데 이런 영향 때문인지 곡의 느낌이 완전히 달라요. 슈베르트의 작품이 착 가라앉는 느낌이라면 멘델스존의 음악은 밝은 기운으로 가득하죠. 특히 스무 살에 남동생을 위해 쓴 ‘협주적 변주곡’은 20대 초반에 쓴 곡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훌륭해요.”

이정란은 솔리스트 활동만큼 실내악 연주도 활발히 하고 있다. 파리국립고등음악원(CNSM) 동문인 바이올리니스트 박지윤, 피아니스트 이효주와 의기투합한 실내악단 ‘트리오 제이드’는 올해로 벌써 창단 14년째를 맞았다. “실내악 연주는 나와 다른 생각을 지닌 연주자를 만나고 그들의 음악적 아이디어를 배울 수 있는 기회입니다. ‘나는 독주자니까 실내악 연주는 관심 없어’라고 말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일종의 ‘사회생활’처럼 서로 조율하고 소통하며 배려하는 과정이 필수인 실내악 연주가 솔리스트 활동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10대 후반부터 20대 중반까지 7년 동안 머물렀던 프랑스에서의 유학 생활을 “인생의 황금기”였다고 기억하는 이정란은 이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초에는 프렌치 레퍼토리로 짜인 앨범을 발매할 계획이다. “프랑스에서 공부했던 그 시기가 지금의 저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19세기와 20세기를 아우르는 생상스와 플랑의 곡을 담으려고 하는데 이번 음반은 저의 지난 발자취를 정리하는 작업이 될 거예요.” 사진제공=목프로덕션

나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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