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시그널 단독]현대家 후성, 전해질(LiPF6) 사업 확 키운다

2차전지 핵심소재...국내 독점생산

폴란드에 4,000톤 규모 공장 건립

완공땐 최대 1만톤 생산능력 보유

'LiPF6' 글로벌 메이저업체 도약

후성 분당 사옥 전경. /홈페이지 캡처후성 분당 사옥 전경. /홈페이지 캡처






후성(093370)이 폴란드에 육불화인산리튬(LiPF6)을 생산하는 공장을 설립할 계획인 것으로 파악됐다. 후성은 냉매, 반도체용 가스를 비롯해 2차전지에 들어가는 전해질인 LiPF6을 국내에서 독점 생산하고 있는 업체다. 계획대로 폴란드에 공장이 세워질 경우 후성은 국내외를 합쳐 최대 1만톤에 가까운 생산능력을 갖추게 돼 해외에 진출한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에 안정적인 공급망을 마련하게 된다.

23일 2차전지 및 자동차부품 관련 업계에 따르면 후성은 폴란드에 LiPF6를 생산하는 공장을 설립할 예정이다. LiPF6는 2차전지에 들어가는 4대 소재 중 하나인 ‘전해액’에 들어가는 전해질이다. 후성은 이를 국내에서 유일하게 생산하며 LG화학과 파낙스이텍 등에 납품해왔다.

후성은 폴란드에 총 2,000~4,000톤의 생산 능력을 갖춘 공장을 세운다는 방침이다. 앞서 세계 1위 화학회사인 바스프(BASF)와 합작해 중국 난퉁에 LiPF6 공장을 지은 바 있다. 올해 초엔 중국공장 증설에 나서 약 2,000톤 생산능력을 추가로 갖추기로 했다. 오는 2020년께 중국 공장 증설이 완료되면 후성의 LiPF6 생산능력은 총 5,600톤으로 늘어난다. 여기에 폴란드 공장까지 증설되면 최소 7,600톤에서 최대 9,600톤까지 커진다. 이 경우 후성이 LiPF6로 벌어들이는 매출액은 지난해(잠정) 기준 413억 7,000만원에서 최대 1,104억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김근수 후성 창업주김근수 후성 창업주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중국 업체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황이라 정확하게 어떤 회사가 LiPF6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지는 단언하기 힘들지만, 세계 단위로 봤을 때 한 기업 단위에서 LiPF6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곳은 약 6,000톤의 총생산능력을 보유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급속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폴란드 공장 증설이 완료되면 후성은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생산량을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짚었다.


이처럼 후성이 폴란드에 공장을 세우고 나선 것은 LG화학 폴란드 법인에 안정적인 공급망을 제공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현재 LG화학은 폴란드 브로츠와프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두고 있으며, 지난해 11월엔 이곳에 6,513억원을 들여 공장을 증설하기 시작했다. 장기적으론 삼성SDI나 SK이노베이션 현지공장에도 납품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은 모두 헝가리에 전기차 배터리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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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움직임의 배경에는 유럽에서 탈(脫) 내연기관 열풍이 불면서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노르웨이와 네덜란드는 2025년부터 화석연료를 이용한 차량 생산을 전면 중단한다는 방침이며 프랑스는 2040년부터 디젤·가솔린은 물론이고 천연가스를 활용한 차량까지 금지할 계획이다. 이에 볼보와 피아트크라이슬러 등의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디젤 차량 개발을 중단한단 방침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LG화학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수주량이 늘어나는 추세다.

후성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조카인 김근수 회장이 창업한 후성그룹 산하에 있는 회사다. 김 회장은 정 명예회장의 여동생 고(故) 정희영 여사의 차남으로 1980년 후성그룹의 모체인 한국내화를 인수하며 사업에 뛰어들었다. 현재는 김 회장의 아들인 김용민 사장이 후성그룹 각 계열사의 대표이사를 맡으며 ‘2세 경영’ 체제에 돌입한 모습이다. 후성그룹 산하엔 후성을 비롯해 지주회사인 후성HDS, 방위·항공사업을 영위하는 퍼스텍, 플랜트시설 전문기업인 한텍 등의 기업이 자리 잡고 있다. 후성은 불소를 원재료로 삼는 반도체 특수가스와 냉매 가스를 생산하며 사업을 키워왔다. 특히 냉매 가스 분야에선 줄곧 국내 1위 자리를 공고히 지키며 승승장구했지만, 교토 의정서 등 일산화탄소 배출규제가 강화되면서 사업을 키우는 데 한계에 부딪혔다. 이에 LiPF6를 ‘미래 먹거리’로 판단, 공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심우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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