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툭하면 공급중단...다국적 제약사 '횡포'

쿄와하코기린 "약값 올려달라"

의약품 '미토마이신' 수입 중단

작년엔 게르베 '리피오돌' 말썽

공공제약사 설립 대안 거론불구

제약사 반발 커 대책마련 시급

게르베 ‘리피오돌’게르베 ‘리피오돌’



다국적 제약사가 약값을 올려달라며 필수 의약품의 국내 공급을 잇따라 중단하면서 싸늘한 눈총을 받고 있다. 환자의 생명을 볼모로 의약품 공급을 중단하는 다국적 제약사의 횡포를 막기 위해 공공제약사 설립이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제약업계의 반발이 적지 않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계 다국적 제약사 한국쿄와하코기린은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미토마이신’의 국내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 미토마이신은 국가필수의약품으로 지정된 전문의약품이어서 제약사가 공급을 중단하려면 60일 전에 식약처에 알려야 한다. 이에 따라 오는 3월 중순부터 국내 공급이 전격 중단될 전망이다.


미토마이신은 녹내장 및 라섹 수술의 보조제로 쓰인다. 당초 항암제로 개발됐지만 녹내장 수술의 상처를 빨리 치료해주고 라섹 수술 후 각막이 혼탁해지는 걸 억제해 안과용 필수 의약품으로 자리잡았다. 현존하는 의약품 중에서는 미토마이신을 대체할 제품이 마땅히 없다.

쿄와하코기린은 미토마이신의 국내 공급을 중단한 이유로 제조공장이 일본에서 독일로 바뀌는 바람에 제품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라고 식약처에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제약업계는 향후 약값 인상을 위해 전략적으로 공급을 중단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약값 인상을 내세운 다국적 제약사의 의약품 공급중단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프랑스에 본사를 둔 게르베코리아가 간암 치료용 조영제 ‘리피오돌’의 공급을 돌연 중단해 논란을 빚었다. 리피오돌은 간암 환자의 약 70%가 시술받는 경동맥화학색전술에 쓰이는 유일한 의약품이다.


게르베는 개당 5만2,560원으로 판매되던 리피오돌의 약값을 5배인 26만2,800원으로 올려달라며 공급을 중단했다. 국내 간암 환자들의 비난과 항의가 빗발쳤지만 게르베코리아는 본사 방침이라 어쩔 수 없다며 외면했다. 결국 보건당국이 두 달 넘게 협상에 매달린 결과 기존 약값의 3.6배인 19만원으로 공급이 재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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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도 지난 2001년에는 스위스 제약사 노바티스가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 ‘글릭벡’의 약값을 올려달라며 공급을 중단했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고 공급을 재개했다. 2004년 다국적 제약사 로슈는 기존 치료제에 내성이 생긴 환자를 위한 에이즈 치료제 ‘푸제온’의 국내 허가까지 받았지만 약값 협상이 결렬되자 아예 국내 출시를 중단했다.

의료계는 대체 의약품이 없는 다국적 제약사의 의약품 공급중단을 막으려면 국가가 운영하는 공공제약사 설립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공공제약사 설립을 위한 법안은 지난 2017년 6월 국회에 발의됐지만 국내 제약사의 반발 등으로 여전히 계류 중이다. 일각에서는 국내 제약사들이 대체 의약품을 개발할 수 있는 예산 지원이 우선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정혜주 고려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국가가 운영하는 공공제약사 설립으로 다국적 제약사가 독점하고 있는 의약품에 대한 접근성을 제고하고 ‘의약품 주권’도 확립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질병관리본부로 소관이 혼재된 필수의약품과 희귀의약품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컨트롤타워 역할도 수행할 수 있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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