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休-강원도 철원군]7.5㎞ 협곡·주상절리 따라...짜릿한 얼음 트레킹

'한국의 나이아가라'로 불리는 직탕폭포

계곡 좌우로 병풍처럼 늘어선 기암괴석

한탄강 얼음길 걸으며 천혜 비경 감상

드넓은 평야서 재두루미 등 철새 탐조

노동당사·경원선 백마고지역도 가볼만

한탄강 얼음 트레킹 A코스를 걷다보면 만날 수 있는 송대소.한탄강 얼음 트레킹 A코스를 걷다보면 만날 수 있는 송대소.



겨울 같지 않은 겨울이 지나가고 있다. 춥지도 않고, 눈도 없어 겨울의 풍광은 도무지 찾아볼 수 없다. 눈 구경 좀 해보겠다고 팔도를 헤매고 있지만 겨울 들어 눈다운 눈을 본 것은 청송군 단 한 곳뿐이었다. 이번 주에도 눈을 찾는 시선은 자꾸 지도의 북쪽으로 향했다. 마침내 시선이 멎은 곳은 철원군. 남한에서는 제천·봉화·양구·인제·장수와 함께 가장 추운 곳 중 하나로 꼽힌다. 인터넷을 뒤졌더니 마침 철원에서 ‘한탄강 얼음 트레킹’이 27일까지 진행된다는 정보를 발견했다. ‘그래, 가보자. 철원은 추운 곳이니 잔설이라도 남아 있겠지’라고 생각하며 짐을 꾸렸다.

철원을 찾은 지난 19일은 마침 한탄강 얼음 트레킹이 시작되는 첫날이었다. 인파로 붐빌 것 같아 새벽 5시40분에 집을 나섰다. 북으로 달려 트레킹 시작점인 태봉교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8시. 잔뜩 찌푸린 하늘에 해는 찾아볼 수도 없고 미세먼지만 잔뜩 끼어 있었다. 출발점인 태봉대교에서 한탄강으로 내려가 얼어붙은 강물 위를 걸어 남으로 향했다. 한탄강 얼음 트레킹 코스는 두 구간으로 나뉘는데 A코스(4.5㎞)는 태봉대교~송대소~마당바위~내대양수장~승일교를 거치며 B코스(3㎞)는 승일교~고속정~순담계곡으로 이어진다. 올해로 일곱 번째를 맞는 철원 한탄강 얼음 트레킹은 초창기만 해도 홍보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금은 워낙 널리 알려진 덕분에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찾아오는 대표적인 겨울 축제로 자리 잡았다.

‘한국의 나이아가라 폭포’라는 별칭을 지닌 직탕폭포.‘한국의 나이아가라 폭포’라는 별칭을 지닌 직탕폭포.


태봉대교의 상류에 있는 직탕폭포를 지나 얼음 위를 걷기 시작하자 바로 송대소가 모습을 드러냈다. 송대소는 화산지대에서만 볼 수 있는 현무암으로 이뤄진 주상절리를 볼 수 있는 곳이다. 한탄강물은 이곳에서 남동쪽으로 방향을 튼다. 발길을 옮기며 디디고 선 한탄강의 얼음을 내려다보니 두께는 얼핏 보기에도 20㎝는 넘어 보였지만 유속이 빠른 곳 군데군데에는 얼음 대신 파란 물결이 흐르고 있었다. 김영규 철원역사문화연구소장은 “철원의 겨울이 워낙 춥기 때문에 한탄강 얼음 트레킹은 다른 지자체들처럼 물을 가둬서 인위적으로 얼리지는 않는다”며 “해마다 얼음 트레킹이 진행될 때면 강물이 얼지만 올해처럼 따뜻하면 부분적으로 얼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승리교 인근에서 바라본 풍경. 한탄강 얼음 트레킹은 강 위에서 화산암과 주상절리의 모습을 바라 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승리교 인근에서 바라본 풍경. 한탄강 얼음 트레킹은 강 위에서 화산암과 주상절리의 모습을 바라 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얼음 트레킹을 진행하는 철원군의 7년 경륜은 노하우로 쌓였다. 한탄강 얼음길 위에 가설된 부교와 위험 표시 깃발들은 그런 경험의 소산이며 해마다 1월 중순부터 10일 동안만 행사를 진행하는 것도 예기치 않은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김 소장은 “참가자 등록을 받고 행사를 유료로 전환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라며 “얼음 트레킹이 진행되는 한탄강의 진입로가 여러 곳이라 정확한 집계는 힘들지만 첫날부터 하루에 2,000명이 방문한 것으로 볼 때 행사가 끝날 때까지 3만~4만명은 철원을 찾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얼음 트레킹의 진정한 가치는 평소에는 배를 타야만 볼 수 있는 주상절리를 얼어붙은 강물 위에서 천천히 구경할 수 있다는 데 있다. 한탄강 협곡 좌우로 늘어선 주상절리는 지하의 용암이 철원 북방 5㎞ 지점에 위치한 오리산(평강)에서 분출해 흘러내리며 조성됐다. 분출은 10번 이상 되풀이된 것으로 보고 있는데 제주도에서나 볼 수 있는 화산암 지형 위에 눈이 내린 모습을 보는 맛이 색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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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군에는 얼음 트레킹 외에도 볼거리가 다양하다. 해마다 이맘때면 철새들이 몰려드는데 기러기는 물론 두루미·독수리떼가 논밭에서 먹이활동을 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철원군을 찾는 철새 중에는 재두루미가 3,000~4,000마리로 가장 많고 단정학은 해마다 1,000마리 정도 관찰되고 있다. 간혹 흑두루미도 눈에 띄기는 하지만 이들은 순천만과 일본의 이즈미로 향하는 길에 들르는 개체들이다.

안보 관광지로는 노동당사와 경원선 백마고지역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백마고지역 인근의 백마고지는 395m에 불과한 야트막한 야산이지만 이곳을 확보할 경우 서울 면적(605㎢)보다 넓은 650㎢의 철원평야를 확보할 수 있어 피아간 1만7,000여명의 사상자를 내며 뺐고 빼앗기는 전투를 거듭한 전적지로 유명하다. 영화 ‘고지전’의 배경이 됐던 곳이기도 하다. 백마고지역으로 가는 길에는 노동당사도 있어 들러볼 만하다. /글·사진(철원)=우현석객원기자

나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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