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양승태 구속] 박근혜·이명박 이은 적폐청산의 '결정판'

양승태, MB·朴 시절 사법부 관통

대법원까지 진보 판사 약진

법원 세력다툼에서 정치 스캔들화

사법부 新舊 갈등 심화될 듯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권욱기자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권욱기자



법조계는 24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구속이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이뤄진 모든 의혹들을 매조짓는 ‘적폐청산’의 결정판이라고 해석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두 보수 정권을 관통하는 경력을 지닌 만큼 행정부는 물론 사법부 영역까지 과거의 잔재를 확실히 청산하려는 마지막 작업이라는 분석이다.

법조계는 양 전 대법원장 구속이 민주 국가의 사법 권력 견제 가능성을 상징하는 일대 역사적 사건으로 평가했다. 전두환·노태우·박근혜·이명박 등 범죄 행위로 수감된 행정부 수반은 많지만 사법부 수장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법조인들은 특히 양 전 대법원장 구속은 사법부 자체의 달라진 성향과 권력 구도가 뒷받침된 결과라고 지적했다. 사법부 지도부에까지 진보 성향 판사들이 약진하면서 법원 내 주류 교체 요구가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의지와 맞아떨어졌다는 진단이다. 선거를 통해 국민들이 권력을 교체할 수 있는 행정부, 입법부와 달리 사법부는 자체적인 주도 세력 교체 없이는 사실상 적폐청산이 어려운 구조다.

실제로 사법농단 의혹의 시작은 탄핵 정국이 한창이던 지난 2017년 2월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로 발령된 이탄희 판사가 원소속인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으로 복귀하면서 불거졌다. 이 판사가 “행정처 컴퓨터에 국제인권법연구회 판사 등의 뒷조사 파일이 있다”는 말을 들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이 제기됐다. 양승태 사법부에서 진행된 1차 진상조사는 핵심증거인 행정처 컴퓨터도 조사하지 않은 채 2017년 6월 ‘사실무근’이라고 결론을 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초대 회장을 지낸 김명수 대법원장이 새 사법부 수장으로 임명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김 대법원장 취임 후 인권법연구회 소속 판사 상당수가 재경 법원과 법원행정처로 대거 배치됐고 대법관에도 진보 성향 인사들이 상당수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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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법원장 취임 후 진행된 2차 조사에서는 행정처가 일부 법관 동향을 수집한 정황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재판에 청와대가 개입하려 한 정황이 공개됐다. 이어진 3차 조사에서는 사안의 핵심이 내부 블랙리스트에서 강제징용, 통상임금, 키코, KTX 승무원 정리해고 판결 등에 대한 ‘재판거래’ 의혹으로 전환됐다. 특히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전교조 시국선언 등 상당수 사건은 보수 정권 아래 반대 세력이 부당한 판결을 받았을 수 있다는 의심을 샀다.

법원 내 세력 다툼 정도에 그쳤던 이슈는 박근혜 정부의 법원판 정치 스캔들로 단숨에 번졌다. 김 대법원장은 이후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의지를 수차례 공표했고 행정처를 폐지하겠다는 개혁안도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9월 서울 서초동 대법원청사에서 열린 사법부 70주년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사법농단) 의혹은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제공=대법원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9월 서울 서초동 대법원청사에서 열린 사법부 70주년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사법농단) 의혹은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제공=대법원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해 9월 사법부 70주년 행사에 참석해 “의혹은 반드시 규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을 구속시키는 데 성공한 상태라 마지막 남은 양 전 대법원장 수사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이었다.

다만 아직 사법부 주축 세력 교체가 과도기에 있는 만큼 신구 세력 간 법원 내 갈등이 양 전 대법원장 구속을 기점으로 더 증폭될 전망이다. 법원 내 갈등은 사법부 수뇌부로도 번져 최근 안철상 전 법원행정처장이 돌연 사임한 것을 비롯해 최인석 전 울산지방법원장과 이언학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사표를 내기도 했다.


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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