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대법원 앞 기자회견 강행하던 전직 법원 수장 양승태, 구속신세

검찰 포토라인 지나치며 마지막까지 '제왕적태도' 비판받아

'김앤장 독대 문건' 등 검찰이 제시한 물증이 결정타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혐의를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권욱기자사법행정권을 남용한 혐의를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권욱기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검찰에 소환돼 피의자 조사를 받으면서도 대법원 앞 기자회견을 일방적으로 강행하는 등 ‘제왕적 태도’를 보이며 비판받았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결국 구속 신세가 됐다.

24일 새벽 1시57분께 서울중앙지법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사실 중 상당부분의 혐의가 소명됐고 사안이 중대하며, 현재까지의 수사진행 경과와 피의자의 지위 및 중요 관련자들과의 관계 등에 비춰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양 전 대법원장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이 헌정 사상 초유 전직 사법부 수장의 구속을 결정한 데에는 검찰이 확보한 물증과 진술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물증으로는 ‘김앤장 독대 문건’, ‘판사 블랙리스트 문건’, ‘이규진 수첩’ 등 크게 세 가지가 꼽힌다. 검찰은 전날 5시간 30분간 이어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양 전 대법원장의 범죄혐의가 매우 중대하고, 직접 개입한 정황이 구체적”이라고 강조하며 영장 판사를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적용한 양 전 대법원장의 개별 범죄혐의는 40여개에 이른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민사소송 ‘재판거래’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확인 소송 개입 △헌법재판소 내부정보 유출 △사법부 블랙리스트 작성 △공보관실 운영비로 비자금 3억5,000만원 조성 등 반헌법적 중대범죄에 직접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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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일제 강제징용 재판개입 관련 사건에서 양 전 대법원장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박 전 대법관으로부터 단순히 보고받은 수준을 넘어 ‘재판거래’를 진두지휘한 정황이 드러난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반면 양 전 대법원장 측은 자택 압수수색과 세 차례 소환 조사에 성실히 협조한 점, 전직 사법부 수장으로서 도주의 우려도 없다는 점을 영장심사에서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조사 후 36시간동안 조서를 검토하며 검찰의 공소 혐의를 신중하게 살폈으나 구체적인 증거의 힘은 막아내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양 전 대법원장이 증거에 대한 충분한 해명 없이 “기억나지 않는다”, “실무진이 알아서 한 일”이라고 발뺌하고 마지막까지 권위적인 태도를 보인 점 등이 역효과를 불러일으킨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그는 전날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면서도 기자를 손으로 밀어내며 굳은 표정으로 법정으로 향했다.

백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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