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종목·투자전략

[시그널] 'IB 명가' 골드만삭스 M&A인력, 대규모 이탈 왜?

IB업계 급여 하향 평준화에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등 영향

10여명 사모펀드로 이직 러시

2515A23 줄어드는 골드만삭스 한국지사 임직원



골드만삭스 한국지사에서 지난 2년간 인수합병(M&A) 인력 약 10명이 국내 사모펀드(PEF) 업계로 이직한 것으로 파악됐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극히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87명인 골드만삭스 한국지사 전체 인력의 10%가 넘는 규모인데다 국내외 1위 IB로서 최근 몇 년 동안 드문 일이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PEF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데다 IB 업계 급여의 하향 평준화,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따른 상대적인 업무 강도 등의 복합적인 요인을 꼽고 있다.

24일 IB 업계에 따르면 골드만삭스 한국지사에서 최근 2년간 10여명이 PEF 운용사로 옮긴 것으로 확인됐다. 모두 M&A를 담당하던 투자은행(Investment Banking Division·IBD) 부문 출신이다. 포문은 골드만삭스 입사 15년 만인 2017년 이스트브릿지파트너스 대표로 간 최동석 전 골드만삭스 공동대표가 열었다. 최 전 대표는 이스트브릿지로 옮긴 후 화장품제조사 듀이트리를 인수하고 기존 펀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며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대기업이 자체 투자기능을 강화하면서 외국계 IB 인력을 빨아들이기도 한다. 골드만삭스 IBD 부문의 A 상무도 지난해 현대그룹으로 옮긴 후 웅진식품 인수 추진을 주도했다. 현대그룹은 투자만 전문으로 하는 계열사인 현대투자파트너스를 통해 투자활동을 벌이고 있다.


IB에서 PEF로 이직하는 이유 중 하나는 시장의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괜찮은 투자처만 발굴한다면 펀드를 조성하는 일이 어렵지 않아서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좋은 투자처를 갖고 있다면 투자가 줄을 잇는다”면서 “젊은 IB맨들은 옆에서 자문만 할 것이 아니라 이제는 직접 나서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라고 전했다.



상대적으로 높은 연봉을 기대할 수 있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IB 업계 관계자는 “외국계 IB는 과거 높은 연봉을 자랑했지만 이제는 국내 IB가 커지고 주요 고객인 대기업의 자체 M&A 역량이 늘면서 외국계 IB의 연봉은 하향 평준화가 됐다”면서 “반면 PEF 운용사로 가서 펀드 조성에 성공하면 최소 4~5년간 수천억원 규모 펀드의 1~2%를 운용 수수료로 가져갈 수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연봉을 챙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국내 주 52시간 제도가 전격 도입되면서 상대적으로 업무 강도가 높았던 IB를 벗어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골드만삭스는 글로벌 본사 역시 주 100시간을 근무할 정도로 업무량이 많고 철저한 일 처리를 강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골드만삭스 서울지점 역시 직원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금요일 저녁부터 일요일 오전까지는 업무 지시를 내리지 않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골드만삭스는 예전부터 사모펀드 사관학교로 불려 왔다”면서 “한국 투자업계가 발전하면서 IB인력이 사모펀드로 옮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임세원·박호현기자 why@sedaily.com

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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