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혁신성장하려면 상법·공정거래법 개정 재고해야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

집중투표제·전속고발권 폐지 등

文정부, 대기업에 전방위 공세

투자·일자리 창출 심각한 위협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월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성장을 지속시키기 위해 필요한 것이 혁신’이라고 강조하며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17일부터 시행했다. 기업투자를 위해서는 규제 혁파가 중요한 때 중국도 이미 수년 전부터 시행해온 규제 샌드박스 도입이 만시지탄의 감은 있지만 진일보한 정책이다. 규제가 필요하면 공무원이 규제의 필요성을 입증해야 하는 ‘공무원규제인증제도’도 도입한다고 한다. 제조업 혁신을 위해 스마트공장과 스마트산단 확충 계획도 발표하고 수소차 등 신성장동력 산업도 육성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정도로 추락하고 있는 경제가 반등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세계 경제성장률보다 1%포인트나 낮은 저성장을 지속하는 등 경제 추락과 고용 참사의 중요한 원인으로 지적받고 있는 소득주도 성장의 정책 전환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 오히려 ‘공정경제를 기반으로 혁신성장과 소득주도 성장을 통해 성장’을 지속하겠다는 ‘사람중심 경제와 혁신적 포용국가’를 강조했다. 이를 위해 상법 등 관련법의 조속한 입법을 위한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를 더욱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계기로 법무부는 상법 개정을 밀어붙일 태세다. 상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다중대표소송제도 도입, 전자투표제와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출이다. 다중대표소송제도는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걸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상장사 주식을 1주만 보유해도 소송이 가능해 불과 350만원으로 90여개 상장 지주사 소속의 1,188개 기업에 대한 소송이 가능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집중투표제는 주주총회에서 둘 이상의 이사를 선출할 때 주주들에게 이사 수와 동일한 의결권을 부여해 다수 득표순으로 뽑게 하는 제도로 대주주가 이사회 의석 과반수를 확보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해 경영권을 빼앗길 가능성도 있다. 감사위원 분리선임은 ‘감사위원회 위원이 될 이사’를 별도의 주주총회에서 분리선임하도록 하고 대주주의 의결권은 3%로 제한하는 제도로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제도다. 이처럼 상법이 개정될 경우 기업경영권이 심각하게 불안정해질 것은 명약관화한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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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 아니라 지난해 11월27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공정거래법의 오는 2월 국회 통과를 위해 공정거래위원장이 극비리에 여당 정무위원들을 방문하는 등 물밑작업을 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정부 안은 중대한 담합의 전속고발권 폐지,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 공익법인 의결권 제한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는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이 없어도 시민단체든 주주든 누구나 바로 검찰에 고발할 수 있게 돼 기업에 엄청난 소송 부담을 주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 역시 규제 대상인 총수 일가의 지분 기준을 현행 상장사 30%(비상장 20%)에서 20%로 강화하는 내용이어서 정당한 계열사 간 거래마저 위축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공익법인과 총수 일가의 지분을 합쳐 의결권을 15%까지만 인정하겠다는 공익법인 의결권 제한도 엄연히 소유하고 있는 주식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금지하게 된다는 문제점이 지적된다.

금융위원회는 금융그룹통합감독법이 국회 통과도 되지 않은 가운데 모범규준이라는 것을 만들어 개별 비금융 계열사 출자분 중 보험사 자기자본의 15% 초과분을 필요자본으로 쌓도록 강요하고 있어 사실상 초과분 매각을 압박하고 있다. 삼성생명과 미래에셋이 타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사모펀드(PEF)의 경영권 목적 투자 규제도 완화해 KCGI사모펀드가 한진그룹 경영권을 압박하고 있고 연금사회주의 우려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에 대통령까지 나서고 있다. 반면 선진국에서 도입하고 있는 차등의결권·포이즌필 등의 경영권 안정장치 도입은 거론도 하지 않고 있다. 경제가 추락하고 일자리 참사가 이어져 기업 하나라도 중요한 때 법무부·공정위·금융위·보건복지부 등의 무엇을 위한 전방위적인 대기업 옥죄기인지 과문한 경제학도로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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