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건강 에세이] 수술로 치료하는 비만

이한홍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위장관외과 교수




키 175㎝에 몸무게 120㎏으로 체질량지수(BMI)가 39㎏/㎡인 40대 고도비만 남성 K씨. 가족력인 고혈압·당뇨병까지 생겨 약을 먹고 있다. 식이조절과 운동으로 살을 빼보려 했지만 허기를 못 이기고 폭식해 살이 더 찌기 일쑤였다. 식욕감퇴제 복용도 시도했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비만은 만병의 근원이고 고도비만은 동반질환으로 생명까지 위험해질 수 있는 병이다. 고도비만은 먹는 것을 줄이고 운동하는 것만으로는 치료할 수 없다.


가장 효과적인 고도비만 치료법은 수술이다. 전 세계 학계에서 이를 인정하고 있다. 체중감량은 물론 고혈압·당뇨병 등 고도비만 관련 대사성 질환 치료도 돕기 때문에 최근에는 ‘비만대사수술’로도 불린다. 비수술적 치료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효과가 없다고 알려져 있다. 내과학회에서도 인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수술 이후 고도비만에 동반되는 당뇨병·고혈압·이상지질혈증이 개선된다. 당뇨병은 심할 경우 당뇨발, 당뇨성 망막병증 같은 무서운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그래서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비만대사수술이 최근 신의료기술로 인정되기도 했다.

서양에서는 ‘BMI 40 이상’이거나 ‘35 이상이면서 당뇨병·고혈압 같은 대사질환을 가진 사람’을 대상으로 비만대사수술을 한다. 하지만 동양인은 서양인보다 낮은 BMI에서도 비만에 따른 당뇨병 등 합병증이 발생하기 때문에 수술 대상 BMI도 낮다.


보건복지부는 위소매절제술, 루와이 위우회술 등을 포함한 비만대사수술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기로 했고 이달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BMI 35 이상 고도비만’이거나 ‘30 이상이면서 고혈압, 수면무호흡증, 관절질환, 위식도역류, 제2형 당뇨, 고지혈증, 천식 등 대사 관련 합병증을 동반한 경우’가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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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은 크게 위소매절제술과 루와이 위우회술 두 가지로 나뉜다. 모두 위 크기를 줄이는 것이 기본 개념이다. 대부분의 수술은 전신마취 상태에서 복강경 수술로 이뤄져 수술 이후 빠른 회복을 보이며 조기 퇴원이 가능하다.

위소매절제술은 위 일부분을 절제해 크기를 100㏄ 정도 남겨 음식 섭취를 제한한다. 루와이 위우회술은 위를 30㏄만 남긴 뒤 음식이 소화되는 경로를 우회시켜 음식 섭취뿐만 아니라 소장에서의 영양분 흡수를 일부 제한하는 방법이다. 수술방법은 환자의 전신 상태나 비만으로 인한 당뇨와 같은 합병증 유무 등의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 결정한다.

위밴드수술은 위 입구를 밴드로 조여 포만감을 유도한다. 수술이 간단하지만 다른 수술에 비해 효과가 떨어져 최근에는 거의 시행되지 않는다.

비만대사 수술 이후 문합부나 봉합 부위의 누출 등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1~3% 정도로 빈도가 낮고 수술 기술·기구의 발전으로 점차 줄어들고 있다. 일반적인 외과수술인 담낭제거수술이나 맹장수술같이 안전한 수술로 여겨지고 있다. 전신마취가 가능한 환자면 받을 수 있다.

수술 이후 식습관 교육을 병행하기 때문에 보통의 입원기간인 3~4일이 지나면 체중이 줄기 시작하며 첫 6개월에 초과 체중의 50% 이상이 빠진다. 식습관 교정과 유산소운동을 적절히 유지하면 수술한 후 1년 정도에 대부분 목표 체중에 도달할 수 있다.

수술 전후 비만의 원인이 되는 갑상선저하증, 쿠싱 증후군 등 다른 내분비 질환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고도비만 환자의 경우 우울증을 경험한 적이 많으므로 수술 전 정신과적 상담이 필요하다. 우울증이나 섭식장애를 앓는 경우 수술 결과가 좋지 않기 때문에 수술한 후 정기적인 정신과적 치료를 병행한다. 알코올·약물을 습관적으로 복용하는 사람도 이에 대한 우선적 치료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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