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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전술 깨고 또 다른 키플레이어 찾아라

['아부다비 쇼크' 벤투호 과제는]

월드컵 경험 전무 카타르에 덜미

15년만에 아시안컵 8강 탈락

선제 실점때 마땅한 플랜B 없어

빌드업 기반 지배축구 약점 노출

9월 카타르 월드컵 예선전까지

2선서 치고나갈 게임체인저 발굴

선수 구성 등서 다양한 변주 절실

파울루 벤투 축구 대표팀 감독(오른쪽 네 번째)이 지난 25일 아시안컵 8강 카타르전 패배 뒤 허탈해하는 선수들을 다독이고 있다. /연합뉴스파울루 벤투 축구 대표팀 감독(오른쪽 네 번째)이 지난 25일 아시안컵 8강 카타르전 패배 뒤 허탈해하는 선수들을 다독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8월 한국 축구 대표팀에 부임한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감독은 일거수일투족이 화제였다. 그는 파주 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 사무실 마련을 요청해 비소집 기간에도 일하겠다고 약속했고 코치진 가족까지 전부 한국 거주를 희망하는 등 외국인 감독으로서는 보기 드물게 열정적인 자세를 보였다. 언론과 팬들은 헌신적인 준비와 카리스마 넘치는 스타일의 새 외국인 감독에게 깊은 신뢰를 보냈고 그에 걸맞게 우루과이 등 세계적 강호들과의 평가전에서 무패 행진을 달리며 첫 국제대회인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 대한 기대를 부풀렸다.

벤투호는 그러나 지난 25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끝난 아시안컵에서 우리(53위)보다 국제축구연맹(FIFA)랭킹이 40위나 낮고 역대 월드컵 본선을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카타르에 0대1로 졌다. 후반 33분 기습적인 중거리 슈팅을 내줬다. 한국이 아시안컵 8강에서 탈락한 것은 2004년 중국 대회 이후 15년만.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도중 경질됐던 울리 슈틸리케 감독도 2015년 결승까지 갔던 대회다.

벤투호는 이번 대회에서 필리핀, 키르기스스탄, 중국, 바레인, 카타르를 만나 5경기에서 4승1패를 하는 동안 6득점 2실점 했다. 초반부터 약체에 고전했고 거의 매 경기 돌파구를 찾지 못하다 끝내 덜미를 잡혔다. 이번 대회를 기점으로 벤투호는 완전히 새로운 국면을 맞은 분위기다. 부임 후 5개월간의 ‘허니문 기간’이 끝나면서 전에 없던 냉정한 시선을 견뎌내며 다음 걸음을 준비해야 하는 처지다. 일부 네티즌들은 벌써 “2022 카타르 월드컵 예선 통과도 걱정된다” “벤투의 전술 고집이 화를 불렀다”는 등의 반응으로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당장 다음 경기에서 또 부진할 경우 경질론이 고개를 들지 말란 법도 없다.


벤투표 축구의 핵심은 최후방부터 시작되는 빌드업(공격 전개)을 기반으로 한 ‘지배하는 축구’다. UAE 입성 전 3승3무를 올릴 때만 해도 안정감이 강점인 지배 축구는 강팀들에도 통하는 한국 축구의 대안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그동안은 대부분 홈 이점을 안은 평가전이었다. 원정의 불리함을 떠안은 공식 대회에서 특히 수비에 무게를 둔 상대에는 통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이 ‘아부다비 쇼크’를 통해 확인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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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호의 약점은 5경기 중 유일하게 선제 실점한 카타르전, 그중에서도 실점 뒤 경기 종료까지의 15분 남짓한 시간에 뚜렷하게 드러났다. 선제골을 내주자 벤투 감독은 188㎝ 장신의 중앙 수비수 김민재(전북)를 최전방으로 올렸다. 무려 5명이 전방에 포진한 가운데 주로 중앙선 아래서 롱 패스로 김민재의 머리를 노리는 공격이 반복됐다. 하지만 세컨드 볼이 슈팅으로 연결된 경우는 거의 없었다. 다급해진 우리 선수들은 파울이 잦아졌고 이 때문에 상대의 시간 끌기를 부추기는 꼴이 돼버렸다. 컨디션 난조로 벤치를 지킨 황희찬(함부르크)과 부상에 발목 잡힌 이재성(홀슈타인 킬)의 공백이 새삼 뼈아픈 시간이었다.

경기 후 벤투 감독은 “전반에 빠르게 빌드업 하는 과정에서 좋지 않은 과정이 많았다. 측면 전환이 너무 느렸다”면서 “공격 작업이 효율적이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기회를 제대로 만들지 않았다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 앞으로도 지금의 플레이 스타일을 바꾸지 않고 유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결국 선수 구성의 변화를 통해 어떤 상대, 어떤 상황에도 대응 가능한 수준의 내구성을 갖추는 ‘버전 업’이 절실하다. 지금의 황인범(대전) 외에 2선에서 침투 패스로 ‘게임체인저’ 역할을 할 후보를 찾아야 하고 에이스 손흥민(토트넘) 활용법도 원점에서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8일 귀국해 해산하는 벤투호는 오는 3월26일 박항서 감독의 베트남과 원정 평가전을 치르고 그 전에 상대와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A매치를 한 경기 더 벌인다. 9월부터 시작되는 카타르 월드컵 2차 예선에서는 이번에 우리를 괴롭혔던 팀들과 다시 만날 수도 있다.


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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