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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풀 꺾인 독감 다시 고개 들까? 초중고 개학·日 대유행이 변수

유행 안 끝나 지금이라도 예방접종을




국내 독감(인플루엔자) 의심환자가 한 달 전 정점을 찍고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28일 개학하는 초중고교가 많아 겨울방학으로 움츠러들었던 독감 집단감염이 다시 고개를 들 가능성이 있다.

설 연휴 일본 여행을 다녀오는 국민이 많을텐데 일본에서 지난 14~20일 독감환자가 143만명에서 213만명으로 50만명 늘어나며 위세를 떨치고 있는 점도 위험요소 중 하나다.


질병관리본부의 독감 표본감시 대상인 200개 의원에서 지난 13~19일(3주차) 섭씨 38도 이상의 갑작스러운 고열과 기침·인후통 증상을 보인 ‘독감 의사환자(의심환자)’ 수는 외래환자 1,000명당 23명으로 지난해말 정점을 찍었던 52주차(12월 23~29일) 73.3명의 3분의1 이하로 줄었다. 병·의원들이 질병관리본부에 신고한 독감 입원환자도 52주차 2,052명에서 새해 3주차 557명으로 3주 연속 감소했다.



◇비중 낮지만 3가 백신에 포함 안된 B형 야마가타 계열 유행 땐 취약

움츠러든 독감이 다시 고개를 들지는 향후 기온과 초중고교 개학, 설 연휴 일본을 다녀오는 여행객의 감염 여부에 달려 있다.

독감의 기폭제인 강추위는 당분간 없을 모양이다. 독감 의심환자 수는 초중고교가 방학에 들어가는 52주차나 그 다음주인 새해 1주차가 피크다. 방학의 영향으로 1주차까지 초등학생에 이어 2위였던 중고교생의 ‘외래환자 1,000명당 독감 의심환자 수(의심환자 분율)’는 2·3주차에 어린이집·유치원에 다니는 영유아에게 밀려났다.

일본은 최근 독감의 위세가 대단하다. 이번 겨울 누적 독감환자가 541만명으로 일본 국민의 4%에 이른다. 독감 공포로 전국에서 6,200여개 보육시설과 초중고교가 휴업에 들어갔을 정도다.

독감에 걸린 10살 안팎 어린이의 경우 자다가 벌떡 일어나 괴성을 지르는가 하면 집안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는 등 이상행동을 보인 사례도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100건가량 보고되고 있다. 발열 이틀 안에 주로 발생했다. 이런 경우 아동을 혼자 두지 말고 집안의 창문 등을 잠가야 이상행동에 따른 피해를 줄일 수 있다. 고열이 나면 바로 진료를 받는 것도 중요하다.

국내에서 가장 유행하는 독감 바이러스는 A형 중 H1N1과 H3N2 계열. 예방백신에 포함돼 있는데 이번 겨울 두 계열이 99.2%를 차지한다. 나머지 0.8%는 B형 바이러스다. B형에선 지난 2년 간 야마가타, 이번 겨울에는 빅토리아 계열의 바이러스를 겨냥한 3가(A형 2개·B형 1개 계열) 백신이 국가예방접종에 사용됐다. 따라서 유료로 B형 2개 계열 바이러스까지 겨냥한 4가 백신을 맞은 사람이 아니면 야마가타 계열 바이러스에 취약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51주차에 야마가타 계열 B형 바이러스가 첫 검출되기도 했다. 일본에 유행하는 바이러스 중 A형은 60% 이상으로 한국보다 비중이 낮다. 나머지는 야마가타 또는 빅토리아 계열의 B형 2종이다.



◇무료 접종 어린이·노인, 유료 접종 당뇨환자 등 지금이라도 접종을


설 연휴에 일본을 다녀올 예정이라면 이미 독감 예방백신을 맞았어야 안전하다. 접종 2주 뒤쯤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가 생기기 때문에 아직 안 맞았다면 늦은 감이 있다. 다만 우리나라와 일본 모두에서 독감이 유행하고 있고 ‘독감 유행주의보’가 4~5월에 해제되는 만큼 무료접종 대상(생후 6개월~12세 어린이, 65세 이상 노인)을 중심으로 지금이라도 맞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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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독감 백신을 맞는 생후 6개월 이상의 어린이는 적절한 면역 획득을 위해 동네 병·의원 등 지정의료기관에서 4주 이상의 간격을 두고 2회 연속 접종해야 한다. 과거 독감 예방접종을 한 번만 맞은 아이는 이번에 두 번째 접종을 한다. 최초에 2회 연속 백신 예방접종을 받은 적이 있다면 한 차례만 맞으면 된다. 노인이라면 보건소에서 보유 백신이 소진될 때까지 무료접종을 받을 수 있다.

독감 고위험군에 속하지만 무료 접종 대상이 아닌 당뇨병 환자, 만성 폐·간·콩팥·심혈관질환자, 암환자 등 면역력이 떨어진 64세 이하 연령층과 임신 중인 여성은 유료 접종을 받는 것이 좋다.

독감에 쉽게 걸리고 심하게 앓아 입원하거나 사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30세 이상 성인 8명 중 1명이 당뇨병을, 노인 10명 중 9명은 만성질환을 갖고 있다. 임신한 경우 예방접종 시기는 임신주수와 상관이 없다. 독감 고위험군과 함께 지내는 가족 등도 같이 맞을 필요가 있다.



◇독감 치료제, 음식과 함께 복용하면 부작용 줄일 수 있어

지난해 11월 16일 독감 유행주의보 발령 후 독감 치료를 받는 고위험군 환자는 독감 바이러스 검사 없이 항바이러스제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고위험군은 생후 2주~9세 어린이, 임신부, 65세 이상, 면역저하자, 대사장애자, 심장·폐질환자, 신장기능장애자 등이다. 고위험군이 아니면 검사에서 양성 판정(감염)을 받은 경우만 항바이러스제에 대한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한편 독감 치료제를 먹거나 주사를 맞고 아파트에서 뛰어내리는 이상 증상을 보인 청소년이 2명 발생했다. 독감치료제 ‘타미플루’(성분명 인산오셀타미비르)를 먹은 여중생이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숨졌고, 한 남자 고교 1년생 K군은 독감치료 주사제 ‘페라미플루’(성분명 페라미비르수화물)를 맞은 뒤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중상을 입었다. K군이 “꿈을 꾼 것같은데 깨어보니 병원에 누워있었다”고 말한 것처럼 이들 치료제를 먹거나 주사를 맞은 청소년에서 드물지만 의식장애·이상행동·섬망·환각·망상·경련 등 정신신경 증상과 이에 따른 추락사고가 나타날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먹는 독감 치료제의 경우 음식과 함께 복용하는 게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며 “청소년이 독감 치료제를 먹거나 주사 맞은 경우 적어도 2일간 혼자 있지 않도록 하고 이상 증상이 관찰되면 의사와 상의해 투여 중단 여부를 결정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타미플루를 복용한 1~12세 소아 임상시험에서 구토(16%)·설사(9%)·중이염(5%) 등이 나타났고 3,130명에 대한 시판 후 조사에선 구역·구토·설사 등 21건(0.67%)이 인과관계가 있는 이상반응으로 판단됐다. 페라미플루는 임상시험에서 성인의 25%, 소아의 29%에서 설사·호중구감소·구토·단백뇨 등의 증상이 나타났다. 3,024명에 대한 시판 후 조사에선 주사제와 인과관계를 배제할 수 없는 폐렴·간 기능이상 등 중대한 이상반응 3명(0.1%)을 포함해 총 35명(1.16%), 42건의 이상사례가 보고됐다.

다만 타미플루·페라미플루나 복제약을 먹지 않은 독감 환자에서도 비슷한 증상이 보고된 사례가 있어 인과관계는 불분명한 실정이다.

단체생활을 하는 영유아와 초중고생이 독감에 걸렸다면 증상 발생일로부터 5일이 지나고 해열제 없이 체온이 회복된 후 48시간까지 어린이집·유치원·학교·학원 등에 가지 않아야 한다. 노인요양시설 등 고위험군 집단생활 시설에서는 직원·입소자에게 예방접종을 하고 호흡기 증상이 있는 사람의 방문을 제한하며 증상자를 다른 입소자와 분리해야 한다.

임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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