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① 과학 특성화대 과포화에...지방공대 안착 험난

■한전공대 부지 오늘 발표...우려되는 3가지 이유

② 한전 적자·자립도 낮은 지자체...재정부담 예상

③ 거주 인프라 미흡에 교수 채용 난항 등 문제까지




한전공대 선정부지가 28일 발표된다. 한전공대는 광주·전남 지역에 제2의 포항공과대학(포스텍·POSTECH)을 세우겠다는 목표로 한국전력공사가 사업주체다. 공기업의 맏형인 한전이 추진하고 있지만 경제성·재정부담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자금줄이 되어야 할 한전의 적자와 운영비 등을 뒷받침할 광주와 전남 등의 열악한 재정자립도, 정주 여건 미흡에 따른 교수진 채용 난항 등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전이 1960년대 설립했다가 경쟁력 악화로 1971년 홍익대학에 편입된 수도공대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①과학 특성화대 과포화…지방 신규공대, 안착험난=한전공대는 세계수준의 에너지·4차산업 융합 인재양성을 위한 공과대학 설립을 목표로 한다. 전문가들은 한전공대 설립으로 과학 특성화대의 과포화를 우려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의 한 관계자는 “한정적인 정부의 연구개발 예산, 또 한전이 담당하던 연구용역 과제 등이 카이스트와 포스텍 등 5개에서 6개 학교로 분할된다면 기존 대학들의 예산, 연구 지원 등이 하향 평준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카이스트가 글로벌 대학 평가기관인 QS가 선정한 아시아대학평가에서 지난해 2012년 이후 가장 낮은 순위인 8위로 떨어진 것도 필요 이상의 특성화 대 설립으로 지원과 연구 역량이 분산됐기 때문이라는 지적과 같은 맥락이다. 에너지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석·박사 인력은 대학, 특히 교수진의 인지도에 따라 움직인다”며 “5개의 과학 특성화 대학이 자리 잡은 상태에서 지방 신규 공대가 과연 우수 인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고 밝혔다. 2025년까지 전력·전기 등 한전과 유관한 노동 수요가 연간 5,000개씩 사라질 수 있다는 고용정보원의 전망도 한전 공대의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도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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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한전, 지자체 출혈 불가피…결국 정부 예산 대거 투입 가능성=한전공대의 사업자인 한전이 최근 적자를 보고 있다는 점도 논란이다. 한전은 작년 1~3분기 4,318억원 순손실을 기록해 연간 기준 6년만에 적자 전환이 유력한 상황이다. 사업비 5,000억원 이상, 연간 운영비도 600억~800억원 소요되는 한전공대 건립이 한전의 재무구조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치전에 나선 광주와 나주 등 지자체에서도 시(市)비 등을 지원할 예정이지만 특히 나주시의 경우 재정자립도가 매우 낮아 출혈이 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결국 예산의 하나인 전력산업기반기금의 대거 투입이 예상된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등 야권이 반대하고 있어 매년 한전공대의 지원금이 예산 국회의 쟁점으로 떠오를 수도 있다. 지방자치단체에선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요구하는 점도 결국 한전공대의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반증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한전 관계자는 “재원조달 방안은 최종 연구용역이 나오면 확정될 것”이라며 “예타 면제나 전력산업기반기금 투입 등은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③치열한 유치전…누가 되던 시비 여전= 광주시는 광주과학기술원 등 산학연 연계와 나주 대비 우수한 인프라 활용성 등을 강점으로 내걸었고 전남 나주시는 부지제공 조건·접근성 등을 내걸었다. 유치전이 치열한 까닭은 한전공대가 지역 부동산 경기를 살릴 카드로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나주시 부동산 관계자는 “한전 공대가 들어선다는 기대감으로 나주 구도심 부동산 거래가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2020년 총선도 앞두고 있어 정치권 역시 관심이 높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한전이 나주로 내려가면서 한전공대는 광주로 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며 “분산 설립 대신 승자독식으로 끝날 경우 후유증이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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