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인천터미널에 '근대 꽃'이 피다

■'한국 근현대미술' 특별전

박수근 '복숭아' 이대원 '농원'

이중섭 '꽃과 노란 어린이'

장욱진 '나무가 있는 풍경' 등

근현대 작가 작품 60여점 전시

이중섭 ‘꽃과 노란 어린이’, 고려대박물관 소장. /사진제공=롯데갤러리이중섭 ‘꽃과 노란 어린이’, 고려대박물관 소장. /사진제공=롯데갤러리




장욱진 ‘나무가 있는 풍경’, 고려대박물관 소장. /사진제공=롯데갤러리장욱진 ‘나무가 있는 풍경’, 고려대박물관 소장. /사진제공=롯데갤러리


박수근 ‘복숭아’, 고려대박물관 소장. /사진제공=롯데갤러리박수근 ‘복숭아’, 고려대박물관 소장. /사진제공=롯데갤러리


이대원 ‘농원’, 고려대박물관 소장, /사진제공=롯데갤러리이대원 ‘농원’, 고려대박물관 소장, /사진제공=롯데갤러리


탐스럽게 피어난 꽃 주변을 벌거벗은 아이들이 동그랗게 에워쌌다. 벌레처럼 작은 아이들이 마치 요정처럼 사랑스럽다. 벗은 몸은 천진무구의 상징이요, 어우러짐은 자연과 하나 되는 열락(悅樂)이다. ‘꽃과 노란 어린이’는 이중섭(1916~1956)이 세상을 떠나기 직전 해에 가까스로 남긴 작품이다. 이중섭의 유작은 ‘소’로 대표되는 격렬한 절규의 표현주의적 작품과 헤어진 가족과의 행복한 시간을 열망하며 그린 이상향으로 크게 나뉘는데, 이 작품은 그중 후자에 속한다. 응집력 있는 구성에 특유의 선묘가 힘차다.

가난하고 소박했지만 그립고 정겨운 시절을 거친 질감의 회백색과 암갈색으로 표현한 박수근이지만 1957년 작 ‘복숭아’는 유난히 화사하다. 잘 익은 복숭아의 분홍색과 풋풋한 연두색이 화사한 분위기를 이룬다. 모서리가 닳도록 오래 쓴 팔각 목반(木盤) 위에 놓인 복숭아 끝이 유난스레 뾰족하다. 이리저리 굴러다닐 듯 풀어 놓인 복숭아가 편안함도 느끼게 한다.

그림은 그린 것이라 ‘그림’이지만 그리운 것들이라 ‘그림’일지도 모른다. 롯데백화점이 롯데갤러리 인천터미널점 개관을 기념해 고려대학교 박물관과 함께 20세기 한국근현대 미술을 엄선한 ‘한국 근현대미술 특별전 : 우리가 사랑한 그림’을 다음 달 24일까지 개최한다. 이중섭과 박수근을 비롯해 김환기·권진규·이대원·장욱진 등 45명의 귀한 작품 60여 점을 볼 수 있다.


장욱진의 ‘나무가 있는 풍경’은 달처럼 크고 둥근 나무가 화면 중간을 차지하고 그 주변 사람과 소, 해와 산과 새가 자리잡은 그림이다. 땅 위의 존재와 하늘의 존재가 나무를 중심으로 맞닿아 있다. 번잡하고 삭막한 도시를 떠나 산속에서 생활하며 작품을 제작했던 장욱진의 자유로우면서도 소박한 인생관이 스며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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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기의 파리 시절 작품인 1959년작 ‘월광’은 기하학적으로 단순화 된 달과 산이 특유의 푸른색과 어울려 시적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독특한 초현실주의적 풍경을 그렸던 권옥연의 ‘우화’, 점묘 기법으로 하늘과 들판이 꽃눈으로 뒤덮인 듯한 이대원의 ‘농원’ 등 눈부신 작품들이 이어진다. 도상봉, 오지호의 해변풍경도 볼 수 있으며 최초의 프랑스 유학파 화가인 이종우의 ‘응시’, 이종무의 ‘자화상’과 권진규의 ‘자소상’도 만날 수 있다. 누드화라는 같은 소재지만 표현이 전혀 다른 박영선·최영림·김경승의 여인들과 현대인의 소외와 정체성을 그린 서세옥·서용선·이종구 등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남관·이성자·변종하·김창열·윤명로, 이두식으로 이어지는 추상화의 맥락도 흥미롭다.

1934년 설립된 고려대박물관은 10만점 이상의 소장품을 보유하고 있으며 근현대 미술품만 1,000여점을 소장하고 있어 그 컬렉션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고려대박물관은 국내 미술시장이 채 형성되기 전인 1972~73년에 걸쳐 획기적일 정도로 작품 수집을 감행했고 이후 유명 작가나 작고작가 유족들의 소장품 제의가 이어지면서 지금의 컬렉션을 이뤘다.

이번 전시 이후 3월 1일부터는 롯데갤러리 청량리점, 같은 달 29일부터는 광복점으로 옮겨간다.
·사진제공=롯데갤러리

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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