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발언대] 동네 이발관을 살리자

이정원 공인노무사




서울 신설동 풍물시장 근처 외진 곳에 어떤 분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이발관을 경영하고 있다. 얼마 전 근처에 갔다가 자투리 시간을 내어 이곳에 들렀다가 되돌아나온 적이 있다. 먼저 온 손님이 있는데다 죄송한 말이지만 환기 부족으로 실내의 익숙하지 않은 냄새가 너무 싫어 계속 머물러 있을 수가 없었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반평생 이발관을 운영한다는 얘기에 어떤 분인가 알고 싶은 호기심에 들렀지만 본 만큼 실망이 컸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 프랜차이즈 헤어숍의 단순커트 요금은 2만원 정도 하고 개인 미용실도 1만원에 가까운 요금을 지불해야 하는 것과 비교하면 동네이발관은 4,000~5,000원 수준으로 서민들이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필자는 가급적이면 이런 이발관에 들러 이발을 하려 하고 있다. 단순히 가격이 싸서만이 아니라 동네이발소를 자주 애용해줘야 주인도 먹고살고 전통이발관이 유지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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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동네이발관은 대를 잇거나 이어받을 젊은이들이 없어 운영자들은 점점 고령화·영세화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내부시설 개선은 엄두를 낼 수 없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계속 슬럼화하는 악순환에 놓여 있다. 오래된 전통이발관도 손님이 줄어 하나둘 폐업될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한가지 제안을 해본다. 동네 전통이발관의 환경과 시설이 쾌적하게 개선될 수 있도록 필요한 자금을 국가가 무이자로 빌려 주거나 지원을 해줬으면 한다. 한 개 이발관에 2,000만~3,000만원씩만 투자해도 낡은 전통이발관들이 말끔하게 새 단장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동네 주민들도 저절로 이발관을 찾게 될 것이다.

동네의 젊은 아빠들도 말끔해진 이발관을 어린 아들과 손을 잡고 찾게 되고 부자가 함께 머리를 깎고 대화하면서 자연스레 ‘부자유친의 시간’도 마련될 것이다. 동네목욕탕이 그런 역할을 하듯이 이발관도 다시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하는 곳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전통이발관도 살리고 동네 주민에게 소소한 정감이 넘치는 사랑방 공간을 제공하면서 서로 윈윈하는 새로운 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홍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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